가족 골병들게 하고 가계 파탄 내는 간병, 더 이상 방치 안돼 [환자샤우팅] 

가족 골병들게 하고 가계 파탄 내는 간병, 더 이상 방치 안돼 [환자샤우팅] 

글‧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기사승인 2022-03-08 21:10:13
아버지가 뇌출혈로 급작스레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되게 되었다. 22살인 한부모가정 외아들이 병원비와 간병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버지를 퇴원시켜 집에서 홀로 간병을 했다. 하루하루 희망 없는 간병을 하던 아들은 아버지를 굶겨 죽게 했다. 아버지를 굶겨 죽인 패륜아로 낙인찍힌 아들은 고등법원에서도 존속살인죄로 4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대법원 판결을 남겨놓고 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일명, “청년 강도영 간병살인 사건”이고, 우리 사회에 돌봄과 간병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만일 강도영(가명) 씨와 같이 간병으로 골병들어 가지만 간병비가 없어서 가족간병을 평생 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당신이 처한다면 과연 당신은 강도영 씨와 같이 행동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누구나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하지 못할 수 없다. “긴 병에 장사 없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누구도 강도영 씨에게 “죄 있다.”고 돌을 던지지 못하는 이유이다.

야전군 숙소를 연상하게 하는 우니라나라 중증질환 병실

강도영 씨 아버지처럼 중증질환 환자가 있는 가족에게 이제 간병보다 큰 고통은 없을 것이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리던 3대 비급여 중 선택진료비는 이미 폐지되었고, 상급병실료는 2인실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간병비 뿐이다. 우리나라 병실은 야전군 숙소를 연상케 한다. 6인실 병실에는 6개의 환자용 침대뿐만 아니라 침대 아래 환자보호자용 간이침대 6개도 함께 있다. 6명의 환자뿐만 아니라 6명의 보호자도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숙식을 하며 간병으로 골병이 든다. 

간병을 하는 환자가족은 대부분 여성이다. 특히, 엄마나 아내가 많다. 자식이나 남편이 입원하면 엄마와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직하고 간병을 시작한다. 집에 남겨진 아이들은 친척들에게 맡겨지거나 방치된다.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간병인 사용을 고려해 보지만 한 달에 300~400만 원 하는 고액의 간병비가 문제이다. 

자식이나 남편이 입원하면 엄마와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직하고 간병을 시작한다.   출처: 안기종

경제적 형편이 되어 간병인을 둘 수 있더라도 이번에는 간병의 질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있다. 이는 간병에 있어서 비전문가인 환자가족이 직접 간병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간병 업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간병의 모든 책임을 간병인이 부담해야 되고 전문성 또한 부족하다. 환자가족 입장에서는 비싼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간병서비스에 대한 욕구도 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쓰지 않고 직접 가족간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중증질환·환자중심으로 혁신이 필요한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환자가족들의 이러한 고액 간병비 부담과 간병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간병이 절실하고 고액의 간병비가 들어가는 중증질환 환자보다는 대부분 경증질환이나 중등도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불만이 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간병이 아닌 간호가 중심이다. 그런데 환자가 원하는 서비스는 간호보다 간병이 더욱 절실하다. 이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질병뿐만 아니라 간병에 대비해 민간의료보험에 또 가입해야 하고,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은 고액의 간병비로 고통을 겪고 있다.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환자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 질환을 경증·중등도 질환에서 간병 고통과 간병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으로 확대해야 한다. 간병인 관련해 양질의 근로조건과 간병서비스 질 개선, 간병으로 인한 책임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간호에 치우친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서 간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과 같이 병상에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환자가 직접 호출하거나 간호보조인력이 수시로 환자를 체크하는 방식이 아닌 병상 상주 공동 간병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에게도 간병서비스는 필수이고 건강보험 급여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질병의 중등도가 높은 의료최고도부터 간병서비스 건강보험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환자가족을 간병의 족쇄로부터 풀어주는 차기 대통령 기대

내일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실시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당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모두 간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인식하고 간병 공약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준비해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의료기관 확대 및 10만 병상 확보, 간호·간병 인력 배치기준 적정화, 간병비 급여화 확대 추진, 요양병원 확대 시행을 위한 요양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적용 모델 정립 등“을 통해 간병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당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모두 간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인식하고 간병 공약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준비해 발표했다.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윤석열 후보는 일반 병원 입원 환자 간병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하고, 중증질환의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을 확대하고, 건보공단 간병서비스 품질인증제를 신설하고,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환자 특성별 맞춤형 간병을 지원하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했다. 심상정 후보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상급종합병원·300병상급 이상 종합병원·전문병원·재활병원·요양병원의 모든 병동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제공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간병이 대선후보들에게 이번 20대 대통령선거만큼 큰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환자가족을 간병의 족쇄로부터 풀어주는 차기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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