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상암에 뜬다는데…K리그 구단은 걱정 가득

손흥민 상암에 뜬다는데…K리그 구단은 걱정 가득

기사승인 2022-04-18 17:40:18
팀 K리그와 토트넘간 친선전 포스터.   쿠팡플레이 SNS

오는 7월 예정된 토트넘 훗스퍼의 방한 경기를 앞두고 프로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쿠팡플레이는 지난 14일 “‘쿠팡플레이 시리즈’의 첫 매치로 팀 K리그와 토트넘의 경기를 진행한다”며 “경기는 오는 7월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이번 방한 기간에 쿠팡플레이와 피치 인터내셔널이 주관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2개의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K리그 올스타 외 다른 맞상대는 현재 이강인이 뛰고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마요르카가 유력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번 경기는 K리그와 쿠팡플레이 간 협력관계 강화는 물론, K리그 대표 선수들과 토트넘의 맞대결을 기대해 온 국내 축구팬들을 위한 좋은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 케인, 휴고 요리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국에 찾아온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팬들은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한국축구의 아이콘이자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이 국내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토트넘을 10년 넘게 응원한 김철준(32)씨는 “토트넘이 한국에 찾아온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영국에 직접 가서 응원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았는데, 이번 방한으로 꼭 가서 보고 싶다”라고 기뻐했다. 손흥민의 팬이라는 이지혜(22)씨는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꼭 보다 싶다”라며 “손흥민 선수 말고도 다른 선수들을 볼 생각에 설렌다”라고 기대했다.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경기를 치른 팀 K리그.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축구팬들과는 달리 K리그 구단들은 이번 친선전에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타이트한 일정이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는 오는 11월 개최되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해, 2월에 개막해 10월에 시즌이 종료되는 촉박한 일정을 소화한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와 대표팀 평가전이 열리는 4월과 6월에는 리그가 잠시 중단되기도 한다.

때문에 7월에만 리그 경기가 팀 당 7경기씩 잡혀 있는 상황이다. 평균 4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러야한다. 아직 선수 선발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팀 K리그에 뽑히는 선수가 소속팀의 주축 선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선수는 한 달 동안 친선전 포함 8경기를 뛰게 된다. 또한 올스타전 직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도 예정돼 있어 구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A구단 관계자는 “초청전에 선발되는 선수는 7월에 쉴 수가 없다. 해당 선수가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다치기라도 하면 구단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라며 “자칫 잘나가던 구단이 한순간에 꺾일 수도 있다. 친선전인 만큼 선수들이 많이 활용되고, 상대적으로 힘든 경기는 아니겠지만 지친 상황에서 선수들의 이동이나 피로도를 생각하면 절대 만만한 경기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구단 관계자도 “많은 팬들이 오는 상황에서 구단이 선수 차출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에는 K리그 선수들이 희생되는 부분”이라며 “가뜩이나 일정이 타이트한 시즌에 이렇게 까지 해야하는 게 맞나 싶다”라고 한탄했다.

시즌 중 이벤트 경기에 참가하는 K리거들이 조연처럼 보인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이번 친선전에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팬이 다수일 터라 K리그 선수가 들러리 구실을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2019년에도 유벤투스 방한 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 사태로 이번 친선전을 향한 관계자들의 걱정이 더욱 크다.

A구단 관계자는 “물론 이번 친선전이 국내 축구 인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봐도 토트넘과 손흥민만 주목받을 경기다. K리거 중 누가 토트넘 선수보다 관심이라도 더 받겠느냐”라며 “자칫 K리그가 들러리처럼 보일까 걱정된다”고 아쉬워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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