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다중채무자, 갈곳은 점점 줄어든다

늘어나는 다중채무자, 갈곳은 점점 줄어든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중채무자 금액·비율↑…소상공인은 ‘3배’ 늘어나
갈 곳 없어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간 채무자 최대 5만명 육박
‘고정금리 갈아타기’ 등 자금조달 루트 지원해야

기사승인 2022-08-03 06:10:01
사진=박민규 기자

다중채무자가 늘어나고 있다. 2030 청년세대들부터 4050세대 중·장년층, 소상공인까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제주체들이 말 그대로 ‘빚의 나락’으로 몰리고 있는 것. 문제는 금리상승기 리스크관리를 위해 금융사들이 대출문턱을 큰 폭으로 올리거나 이미 추가 대출을 막고 있어 다중채무자들의 채무가 점점 무거워 지는 상황인데, 이들을 방치할 경우 파산 혹은 불법사금융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중채무자 비중 심상치 않다…20~50대·소상공인 비중↑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경제주체들의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먼저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다중채무액은 603조로 4년 전 대비 22.8% 늘어났다. 1인당 채무도 급격히 늘어났는데, 지난 2017년 1억1800만원이던 1인당 채무금액은 ▲2018년 1억2000만원 ▲2019년 1억2100만원 ▲2020년 1억2800만원 ▲2021년 1억3400만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사항은 2030 청년세대와 4050 중·장년층 모두 다중채무액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 다중채무자는 45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이하 청년층이 32.9%(39.2조원) 급증한 158조1000억원에 달했다. 40~50대 중년층은 16.2%(51조2000억원) 증가한 368조2000억원을 나타냈으며, 60대 이상 노년층은 32.8%(18.0조원) 증가한 72조6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들의 다중채무액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자료를 보면 올해 3월말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664조9529억원에 달하고 차주 수는 314만416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출한 규모는 2019년말 101조5309억원에서 2020년말 129조5455억원, 2021년말 162조4312억원, 올해 3월말 183조1325억원으로 늘어났다. 2년3개월 사이 80.4% 급증한 수치다. 전체 소상공인 대출 총액 중 약 30% 이상이 다중채무인 것.

다중채무가 늘어난 만큼 다중채무 차주들도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말 13만1053명인 개인사업자 다중채무자 수는 ▲2020년말 20만2626명 ▲2021년말 28만6839명 ▲2022년 3월말 38만2235명으로 늘었다. 3년 사이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쿠키뉴스DB.

2금융권 이용률 높아지는 다중채무자…‘부실 가능성’↑

다중채무자가 늘어나는 상황 자체가 문제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융통할 곳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금감원의 ‘국내 금융권 다중채무자 현황 및 리스크 관리 방안’ 보고서로,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업권별 다중채무액 은행권이 50.5%로 가장 높았으며 ▲상호금융권 19.3% ▲여전권 11.1% ▲저축은행 5.2% ▲보험 4.7% ▲대부업권 1.4%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다중채무액이 가장 높았던 것과 달리 증가율은 저축은행이 78.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여전사(44.4%)와 은행권(30.5%)을 기록했으며, 상호금융권(-5.9%)과 대부업권(-41.0%)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제는 다중채무자들이 시중은행에서 저축은행과 여전사 등 2금융권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는 것.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금융권 다중채무자와 이들의 1인당 채무액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잠재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고금리 제2금융권 다중채무가 빠르게 증가해 감내 수준을 넘길 경우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사용 규제를 검토하면서 이들이 갈 곳이 더 줄어들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는 금융사 4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신규 이용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며 “카드론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주들은 차선책으로 리볼빙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자 부담이 큰 만큼 부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대출절벽 속 취약차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과 대부업체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등록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7000명에서 5만6000명으로 추정됐다. 

금융권에서는 다중채무자들을 위한 ‘고정금리 갈아타기’ 등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용상 선임연구원은 “제도적으로는 다중채무자의 신용대출과 일시상환대출을 중도 또는 만기 도래 시에 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해주거나 저축은행 등 고금리 상품을 다른 금융업권 또는 정책금융기관의 낮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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