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낙농단체 간 갈등으로 발목이 잡혀있던 낙농제도 개편이 다시 이뤄질 전망이다. 낙농단체가 정부와 대화를 공식 요청하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단체는 지난 18일 정부 낙농제도 개편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한 후 관련 의견과 협의를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원유 가격 결정 구조를 ‘생산비 연동제’에서 원유 중 가공유 가격을 음용유보다 낮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로 바꾸는 낙농 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농식품부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 유업체가 가공유를 싼값에 구매해 국산 유가공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우유 자급률까지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가공유 가격 인하에 따른 낙농가 소득 저하를 막기 위해 유업체 가공유 구매량을 늘리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낙농가 95%가 소속된 낙농육우협회는 차등가격제가 종국에는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줄곧 반대해 왔다. 농가 원유 증산 여력도 없으며, 유업체 추가 구매 약속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새 장관 취임 후 ‘우유 반납시위’에 돌입하는 등 투쟁이 계속됐다.
정부는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8일 돌연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낙농육우협회와의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농가·유업체를 대상으로만 정책지원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에 낙농육우협회는 정부에게 낙농제도 개편 관련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며 대화 요청을 보냈다.
협회 관계자는 “낙농가 경영 부담을 낮추고 국내 우유 자급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협회와 정부와의 목표는 같다”며 “용도별 차등가격제 연착륙을 위해 실행방안을 함께 협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썬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며 “아무쪼록 협상이 잘 진행되어서 낙농가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정부 제도개편에 동의하지 않고 원유가격을 사실상 인상하면서 향후 우유업계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우유는 낙농진흥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원유 30%를 넘게 차지하는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리면 나머지 업체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진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낙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지원금”이라며 “이번 조치가 원유 가격 인상 목적이 아닌 만큼 당장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정부와 업계는 서울우유가 사실상 원유 납품 단가를 인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 가격은 가공과 물류 비용 등을 합쳐 원유 가격 인상분의 10배가 적용된다. 원유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면 1리터(L)짜리 우유 한 팩 가격이 약 580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