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옥정호 녹조 방지대책 ‘실효성 의문’

전북도, 옥정호 녹조 방지대책 ‘실효성 의문’

7월 대책 내놨지만 효과 없어, 다시 전담반 구성 ‘효과는 미지수’
“무더운 날씨 탓도 있지만 무분별한 개발행위도 원인” 지적

기사승인 2022-09-30 10:36:37
녹조로 뒤덮인 임실 옥정호

올 여름 내내 녹조로 뒤덮인 옥정호 녹조현상을 막기 위해 전북도가 전담반을 구성했지만, 녹조 제거에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앞서, 전북도는 지난 7월 초에도 옥정호의 낮은 저수율과 높은 기온을 원인으로 꼽으며 오염원 관리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전북도는 광역상수원 지킴이 116명을 투입해 낚시와 쓰레기 불법투기를 단속하고, 수질오염이나 녹조 발견시 시·군에 실시간으로 알리는 ‘모바일 복무관리 시스템’을 운영했다. 

또한 축산농가와 가축분뇨 배출시설 등을 대상으로 9월까지 시·군 합동으로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상수원 등 주요 하천 10㎞ 이내 인접 축사나 상습 민원 발생 지역을 중점 점검하며, 위반사항에 대해선 관련법에 따라 고발 및 행정처분한다고 밝혔다.

7월 초 발표 이후 3개월여가 지난 지금 녹조현상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고,  전북도의 이번 전담반 구성 역시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전북도는 지난 29일 전북지방환경청,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지사, 정읍시, 임실군 등 관계기관과 함께 녹조 대응 전담반(T/F)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T/F팀은 옥정호 녹조 제거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선박 2대를 임실군으로부터 협조받기로 했다. 

오염물질 유입 차단을 위해 가축분뇨 배출시설과 하수처리시설 등에 대해 10월 14일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옥정호 상류 가축분뇨 배출시설 점검대상은 정읍 65곳, 임실 100곳 등 총 165곳이다.

수자원공사도 이에 발맞춰 녹조 제거를 위해 차가운 물 분사로 조류 발생을 억제하는 수류분사를 주 1에서 2회로 강화하고, 물의 흐름이 약하거나 정체되지 않도록 선박 교란은 주 3회에서 매일 시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도는 옥정호 녹조 발생 원인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강우량을 들고 있다. 

도에 따르면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 최근 3개월 동안 강우량은 494.4㎜로, 예년 대비 64% 수준이다. 저수율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3.7%에 머물고 있다.

진안 용담호 주변은 같은 조건이지만 녹조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점과 비교할 때 옥정호의 이번 녹조현상을 단순히 기후 탓으로 돌리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안전한 식수원 확보를 위한 정읍시민 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옥정호 녹조 원인 규명과 관리대책 마련을 위해 임실군이 진행 중인 옥정호 개발을 우선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옥정호 녹조발생 원인으로 일대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개발행위에 주목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옥정호는 개발행위가 일절 중단됐으나, 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제기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정을 권고해 2005년 규제지역이 대폭 축소된다. 

임실군은 운암과 신덕, 신평, 관촌, 임실읍 일대 5천만평, 순창군은 쌍치면 500만평이 상수원 구역에서 배제됐다. 이들 지역 건축물의 신·증축과 공장 설립이 허용되고, 토지 형질 변경으로 재산권 행사도 가능해지자 옥정호 주변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대책위는 “임실군이 옥정호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옥정호 수질이 나빠지는 데 일조했다”며 “옥정호 녹조사태는 행정기관과 지역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예견된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우려는 임실군이 10월 말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 개통을 앞두고, 옥정호 일대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정읍시 관계자는 “지금의 녹조사태는 날씨 탓도 있지만 옥정호 주변에 밀집된 식당, 카페, 요식업소 등도 일정부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임실군이 생태개발을 내세우고 있지만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로를 내고 주차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분진 등이 옥정호 녹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출렁다리가 개통되고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옥정호 수질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온이 내려가면 녹조도 잠시 나아지겠지만, 내년에 기온이 올라가면 다시 나타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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