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실이나 서면 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지난 4일부터 계속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장들이 감사위원들의 질의에 앞서 의례적으로 하는 말들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규정에 근거해 하는 발언들로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국정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고안이다.
인사청문회나 대정부질문에서 실제 거짓말을 할 때 정치적 비판은 받겠지만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국감에서 의원들은 피감기관이나 증인에 대한 질의에서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지 못하면 “거짓 증언하면 처벌받는다” “위증하면 안 된다” 등등 경고성 발언을 내뱉곤 한다.
국감 증인으로 나섰다고 해 모든 사실에 대해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인 자신의 발언으로 친족 등이 형사책임을 받을 우려가 있거나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는 증언 거부를 할 수 있다. 단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을 때는 거부할 수 없다.
법적 책임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감에서 위증해 처벌받는 사례도 실제로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산자위 국감에서 증인으로 나온 한국남동발전 소속 직원 A씨는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이 러시아산인 것처럼 수입되는 과정에 대한 증언 요구에 “관세청의 북한산 석탄 의심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답했지만 추후 조사에서 사실과 다름이 밝혀지면서 위증죄로 처벌받았다.
국감에서는 위증뿐 아니라 모욕적인 언행 등도 국회증언감정법 13조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국감에서는 당장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고발 조치 위기에 처했다가 무마됐다.
김문수 위원장은 이날 오전 “지난해 저에 대해서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반미 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묻는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그런 측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답했다.
때아닌 국감장에서 ‘종북논란’이 일면서 국정감사는 정회됐고, 결국 현직 의원을 간첩으로 내몰았다는 지적과 함께 국회 모욕했다는 이유로 고발 의결 직전까지 갔지만,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라 김 위원장이 두 차례에 걸쳐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위증 시 받는 처벌 정도는...형법상 위증죄보다 무거워
국정감사 종료 전까지 자백할 경우, 감경 또는 면제 가능
국감에서 위증 시 받는 처벌은 형법상 위증죄보다도 형량이 무겁다. 국감 선서 증인이 서면 답변을 포함 허위 진술하는 때는 국회 증감법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 진다. 단 국회 국정감사 종료 전까지 자백할 때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형법상 위증죄 처벌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무거운 형량이다. 국민을 대신한 국회에서 한 거짓 증언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죄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