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민생·정책 국감을 표방하지만 ‘그들만의 정쟁’으로 점철되는 국감 행태가 올해도 여전하다. 특히 국감 질의 과정에서 나오는 막말과 욕설, 맥락 없는 주장들은 국감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한국 정치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얼룩진 국감 모습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1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치적 성향을 떠나 국민 상당수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국정감사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날카로운 질의로 피감기관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일부 의원도 있지만 대부분 정쟁으로 흐르는 모습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합리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는 한국정치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으며 지선과 대선을 전후로 정치에 조금 관심이 생겼지만 이제 환멸을 느낀다는 과격한 의견들도 더러 나왔다.
평소 보수 정치 성향을 지닌 한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국감을 보면서 정치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감을 하러 나온 건지 싸우러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국감의 본질은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잘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는 건데 막말하고 고성이나 지르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불만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들의 질의 수준을 보면 저게 과연 알고 질의를 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본인의 전공 분야가 아닌 점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적어도 국감 전에 공부라도 하고 나섰으면 좋겠다. 노력하지 않는 모습에 더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을 밝힌 서울 광진구의 30대 여성 B씨도 이번 국감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B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국감에서 정부 기관들의 문제점을 잡아내도 현실에서 얼마나 제대로 고쳐지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난번 국감에서 지적받은 내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는 국회의원들도 없어 보인다. 그냥 자기 홍보하려는 의도로 호통치고 다그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럴 거면 국감을 없애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대를 불문하고 자영업자들은 민생 현안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는 민생 국감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더 큰 불만을 드러냈다.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는 C씨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들은 고물가로 쓰러져가는데 정치인이라는 작자들이 국감에 나와서 헛소리만 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한 적이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본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돈 받으니 그러는 모양”이라고 분노했다.
부산에서 승마업을 하는 D씨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서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고통받으면서도 이 악물고 버텨왔는데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을 위해 고민하기보다 자기들 우두머리들 지키겠다고 혈안이 된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지금 대통령 탄핵이고 뭐고 이러는데 그런 거 고민하기 전에 물가나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쟁으로 치닫는 현재 국감 행태는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이나 여야 갈등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치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박 평론가는 1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정치는 이미 적대적 공생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를 때리고 공격하면서 키운 인기로 정권을 잡았다는 것에서 확인되고, 이것은 여야를 바꿔 생각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헌을 통해 현재 대통령에게 집중된 대통령제 요소를 줄이고 의원내각제를 강화하면 민생을 챙기지 못한 책임을 물을 수 있기에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여야 모두 그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정치 구조 현실 속에서 민생정치는 아마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