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시겠어요?” “사퇴하세요” “당신이 적폐입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가장 평화롭다고 여겨지는 농해수위에서 나온 여당 의원들의 거친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을 향한 공세로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의가 수차례 반복됐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정기환 마사회장이 마사회장 상임감사 시절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자신이 저지른 부적절한 사례에 대해 감사실로 자리를 옮겨 셀프 감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조직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잠시 멈췄던 임직원 승마교육을 정 회장을 비롯한 일부 임원들만 실시한 것에 대해 ‘황제승마’로 지적하면서 “회장의 자질도 안 보인다. 사퇴할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안병길 의원도 거센 정치 공세를 펼쳤다. 안 의원은 첫 마디 질의에 “회장 보따리 싸실 생각 있느냐. 당신이 바로 적폐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안 의원은 “정권 말기에 비전문가 회장을 알박기한 게 적폐이다. 회장이 청산돼야 한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면서 따지듯 물었다. 아울러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정기환 회장이 물러나면 된다. 회장으로 업무 수행이 안 되니까 사퇴해야 한다. 빨리 결단 내리라” 등 압박 수위 높은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안 의원은 정부의 혁신 가이드라인 기준을 상회하는 65평 호화 사무실과 다른 공공기관보다 자산규모가 큰 콘도회원권 현황 등도 지적했다. 또 올해 4월 제주경마공원에서 발생한 출전마 오류 사건에 대한 책임자를 징계하지 않고 연임 조치한 것 등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야당 의원들은 정 회장을 옹호하는 듯한 질의를 펼쳤다. 앞서 오전에 진행된 여당 의원의 거센 질문 공세에 해명 기회를 주는 듯한 질의가 이어졌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정 회장의 사퇴 촉구와 감사 요구에 대한 정 회장의 의견을 물은 데 이어 이양수 의원이 제기한 황제승마 논란에도 해명의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YTN 주식 매각에 대해서는 공공성의 역할을 해야 하는 마사회가 매각하지 말고 언론 공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여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윤 의원은 “안병길 의원이 마사회의 현원 초과 정원율이 25.1%를 넘는다면서 방만 경영을 지적했지만 제가 볼 땐 오히려 정원보다 현원을 적게 운영하는 내용이다”며 “조직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표라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또 정부 여당의 사퇴 압박에도 강한 의지를 갖추고 법에 보장된 임기는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윤 의원은 “지금처럼 사퇴 얘기가 나오면 적극적인 의지가 약해지나 공공기관장의 임기는 법에서 보장하는 것”이라며 “평가로 얘기한다면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도 안 되는데 임기가 보장돼 사퇴하라고 얘기 못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올해 2월 16일 마사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총 3년으로 2025년 2월까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