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만 털린다” 공모가 밑돌아도 기관은 수익 [공모가 버블 붕괴①]

“개미만 털린다” 공모가 밑돌아도 기관은 수익 [공모가 버블 붕괴①]

기사승인 2022-10-28 06:00:18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주식시장과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한때 주도주로 불린 카카오 금융그룹주, 크래프톤, 하이브도 공모가 아래로 밑돌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자금조달에 참여한 기관과 금융사들은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크래프톤은 전 거래일 보다 4000원(2.24%) 내린 17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공모가(49만8000원)대비 약 57.1% 낮은 수준이다. 고점(58만원)대비 69.2% 쪼그라들었다.

이날 하이브는 전 거래일보다 5000원(4.42%) 오른 11만8000원에 마감했다. 공모가(13만5000원) 대비 약 15.5%, 고점(42만1500원) 대비 73.1% 떨어졌다.

공모 당시 큰 기대를 모았던 카카오 금융그룹주도 반토막 이상 떨어졌다. 카카오페이는 공모가(9만원) 대비 약 60.2% 하락했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대비 57.1% 떨어졌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빚을 내서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본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24일까지 개인은 크래프톤 4177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하이브(5759억) △카카오페이(4369억) △카카오뱅크(1조1461억)에 달한다.

이들 주식은 상장 당시 높은 공모가로 논란이 됐다. 지난해 크래프톤은 디즈니를 비교기업에 넣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바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비교기업에서 페이팔과 스퀘어를 제외하고 공모가를 낮췄다.

공모에 참여한 기관들은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PO 이전에 자금 조달에 참여한 기관과 금융사, VC(벤처캐피탈), PEF(사모펀드) 등은 성공적으로 엑시트(자금회수)했다. 

벤처캐피탈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크래프톤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프리IPO 단계에 투자를 진행한 HB인베스트먼트는 3년 만에 엑시트를 마무리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8년 프리IPO 단계로 총 60억원을 투자했다.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HB인베스트먼트는 꾸준히 수익 실현했다. 총회수 금액은 240억원 수준으로 멀티플(주가 수준 관련 배수) 4배를 기록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는 하이브의 지분 전량을 엑시트에 성공했다. 하이브 투자로 내부수익률 136%라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6월 하이브 지분을 블록딜로, 2년 7개월 만에 투자원금 대비 9배를 웃도는 수익을 냈다.

카카오페이 2대 주주였던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에 성공했다. 지난 6월 500만주 물량 매각에 성공한 알리페이는 총 485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알리페이가 블록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당시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8만원대로 폭락했다. 카카오페이는 19% 하락하며 공모가 9만원을 밑돌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높은 공모가가 책정된 배경에는 공모주 청약 수요자를 모으려는 기업(그리고 구주인 기관과 VC)과 수수료 수익을 챙기려는 증권사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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