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빌라 1139채를 소유한 빌라왕에 이어 20대 빌라여왕이 숨지며 임차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도 급증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일각에서는 보증상품 공급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상위 30명의 전세 사고 건수는 3459건, 사고 금액은 7250억원에 달했다. 집중 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사례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일종의 악성 임대인을 뜻한다.
빌라왕 김씨와 관련한 사고는 지난 11월 기준 총 171건이다. 김씨 명의 주택과 그가 세운 법인 보유 주택에서 각 80건, 91건의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액수는 334억으로 악성 임대인 순위 18위(개인)와 15위(법인)를 기록했다.김씨보다 보증사고 액수가 큰 임대인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상위 5인은 사고 건수 200건을 초과하는 등 각별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보증사고 지속에 HUG의 보증배수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HUG 등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한도사용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HUG의 보증배수는 올해 말 52.9배를 기록한 뒤 내년 말 59.7배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4년 보증배수가 66.5배에 달해 법정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의 보증금은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하지 못한다. HUG의 추정치대로 보증배수가 늘어날 경우 2024년에는 전세금반환보증을 비롯한 보증상품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HUG 보증보험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드러나 제도의 정비화도 필요해 보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축빌라와 오피스텔 240여채를 사들여 주택임대사업을 영위해 온 정모씨(40대·남)는 사망 이후인 다음 달 보증보험신청서에 전자서명을 한 것이 확인됐다.
임대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확인됐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했던 송모(27)씨는 등록 임대 사업자였지만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송씨는 지난 12일 숨지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에 대한 사전적인 대책을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전세제도다”며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 있는 한 한정된 대안과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세자금 대출이 서민 대출임을 강조하다 보니 시장에 너무 많은 자본이 풀려져 있다. 상환 능력을 고려와 전세금 관련 비율을 축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