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돈의 흐름을 꾀고 있는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2023년 상반기 경제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들은 경제 회복 시점을 기다리며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제는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원자재 인플레이션,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과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경기도 이러한 영향으로 실질 구매력 저하와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우려섞인 반응을 보였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최근에 3고 현상이 완화되며 희망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로벌 최고 금융회사 CEO들이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R(Recession)의 공포‘가 왠지 더 크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말하고 있다”며 “강대국의 패권경쟁은 격화되고 있고, 글로벌시장의 자국우선주의는 공급망 교란, 기후 위기 등 산적한 과제를 더욱 난해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글로벌 위기의 폭풍이 거세고, 3高 현상이 불러온 저성장 앞에 우리 사회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의 전망은 앞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일맥상통한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 한은은 1.7%,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1.8%로 제시했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코로나19 확산(2020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8년) 등 대형위기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 및 우려와 함께 하반기 들어서는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찬 전망도 나왔다.
손 회장은 “상반기까지는 거센 파고를 넘는데 초점을 맞춘 내실경영을 하되, 그 뒤에 따라올 기회 또한 즉각 잡을 수 있도록 성장엔진의 피봇(Engine of Growth Pivot)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 회장도 경기 회복기를 기대하며 “2023년은 쉽지않은 경제환경으로 인해 KB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언제든 다시 회복하여 제자리로 되돌아 갈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4대 금융그룹 회장들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금융 본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M&A 등을 통해 비은행의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밝혔다.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글로벌 역량과 함께 디지털 금융 혁신도 강조됐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지원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고물가·고금리의 고통을 가장 크게 느낄 취약계층이 힘든 시기를 잘 버틸 수 있도록 돕고, 불안정한 거시경제 여건에 대비해 금융시장 안정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새해 감독정책은 대내외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고 경제‧금융의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며 “서민금융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하고 관계부처 등과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활력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