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 주(26일 기준)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은 -7.22%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하락폭이 커져 12월 넷째주에는 한 주 만에 -0.76% 하락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국적인 하락세에도 강원, 전북, 제주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강원은 4.87%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제주·서귀포(4.56%) △전북(4.48%) △광주(0.73%) △경북(0.51%) △경남(0.50%) △충북(0.19%)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강원, 전북, 제주는 집값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으로 하락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이라 진단했다. 하락세에도 집값 방어에 성공했던 이 지역들도 지난해 말부터 하락기에 접어들며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월 넷째주 매매가격은 전북 -0.39%, 제주 -0.28, 강원 -0.18% 소폭 하락했다. 강원과 제주는 전주와 비교해 하락폭이 다소 축소됐으나 전북은 확대됐다. 12월 셋째주 하락폭은 전북 -0.37, 제주 -.038%, 강원 -0.24%를 기록했다.
집값 하락세에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해 제주, 강원의 부동산 시장에도 먹구름이 꼈다. 국토부의 11월 주택통계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5만8027호로 전월(1만호810호) 대비 22.9% 증가했다. 2021년 12월(1만7710호)과 비교하면 227% 급증한 수치다.
전북은 지난 11월 1383호에서 한 달 만에 미분양 물량이 1951호로 41.4%(568호) 증가했다. 2021년 12월(133호)과 비교하면 136% 폭등했다. 강원도는 지난 11월 기준 2365호로 전월(2287호) 대비 3.4%(78호) 증가했다. 2021년 12월(1648호)과 비교하면 43.5% 증가했다. 제주도 같은 기간 1722호에서 1699호로 1.3%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2021년(836호)과 비교하면 103% 폭등했다.
특히 강원도 원주는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증가해 ‘미분양 청정 지역’에서 벗어났다. 지난 2021년 9월 이후 2022년 9월까지 ‘미분양 제로(0)’를 유지해 오던 원주는 10월 한 달 만에 1000가구 넘는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원주에 6개 아파트 단지, 총 4708가구가 일반에 분양되며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원도는 대규모 미분양 발생에 신규 단지의 향후 분양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분양 예정이었던 춘천 더샵 소양스타리버는 분양을 올해 상반기로 연기했다. 분양 관계자는 “상반기 중 분양 예정이긴 하나 분양가 등 세부적인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흐름 반영이 늦은 것으로 올해는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원, 제주, 전북은 시장 자체가 전체적으로 상승 국면에 있을 때 후발적으로 오르다 보니 상승폭이나 시장 흐름 반영이 다소 늦는 것이다”며 “앞으로도 침체기가 본격화되는 만큼 계속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어 “강원과 제주의 경우는 관광과 관련한 지역이기에 관광과 관련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지난해 오른 지역들은 그동안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소외됐던 지역들”이라며 “오른 게 적기에 하락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의 경우 단기 급등했던 지역들 위주로 하락폭이 컸다”며 “단기 급등에 대한 되돌림이 있는 과정인데 이제는 되돌림 후 거래량이 얼마나 살아나는지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지난해의 경우 거래량이 없는 하락이었다면 올해의 경우 급매 물건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 같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