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각각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내 4대 금융그룹은 금리인상기 수익성이 개선되며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에서는 은행지주들이 늘어난 수익만큼 시장 안정이나 취약차주 보호, 주주환원 확대 등 사회 환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지난해 지배주주기준 당기순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각각 5조363억원과 4조8042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의 순익이 5조원을 넘어서는 가운데 신한과 KB의 순익 규모만 10조원에 달한다.
신한금융의 연간 지배주주 순익은 2019년 3조4035억원, 2020년 3조4146억원을 기록한 이후 금리인상과 함께 늘어나기 시작해 2021년 4조193억원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1년만에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KB금융도 2019년 2조3118억원, 2020년 3조4684억원, 2021년 4조4095억원을 달성한 후 지난해 4조8042억원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지주들의 이같은 순익 증가는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의 올해 기대 이자수익은 18조24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22.4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도 지난해 보다 25.85% 증가한 19조1422억원의 이자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은행지주들의 순익이 고공행진하면서 지주 안팎에서는 축제 분위기다. 신한금융의 주력 자회사인 신한은행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61%에 달하는 경영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기본급의 280%에 달하는 성과급과 34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한다.
은행지주의 순익이 늘어나는 만큼 그들을 향한 사회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정부는 금융시장의 안정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서민·중소기업 지원에 은행지주들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 “부동산 금융 문제는 금융권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자세로 리스크가 현재화되고 확산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달라”며 “금리 상승기 서민·중소기업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도 포용적인 금융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주주들은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는 지난 2일 신한․KB금융 등 은행지주들을 대상으로 공개주주 서한을 발송해 자본배치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은 국내 상장 은행들은 예외 없이 해외의 주요 은행 대비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려온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 자본비율을 지금보다 유지 혹은 개선하면서도 매년 최소 당기순이익 50% 수준의 주주환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은행지주의 고객들은 금리 인하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93~8.11%로 수준이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전세자금대출(신규 코픽스)는 4.68~6.84%, 신용대출(금융채 6개월)은 5.608~7.08%까지 치솟았다.
한편 은행지주의 이같은 호실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금융원구원은 2023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을 18조5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수준 보다 소폭 증가한 규모다. 연구원은 금리인상에 따르 이자이익이 7.5% 증가하지만 실물 경기 둔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로 당기순이익 증가가 억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