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가 지난해 말부터 조금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물가가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을 염두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결국 한국은행이 ‘고금리’로 인한 문제보다 ‘고물가’로 인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업계에서는 오는 13일 열릴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0.25%p 인상한 이후 3.25%가 됐는데,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3.50%가 된다.
이는 지난해 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신호를 보냈던 수치다. 앞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수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최종금리 수준을 연 3.5%로 예상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3.5%는 전제가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경제전망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한국의 기준금리는 3.5%선에서 유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0% 상승하며 8개월 연속 5%대의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해 여름에 비해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 수준을 큰 폭 상회하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우리 국민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이런 정책 대응이 없었다면 향후 국민경제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도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5%p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0%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른 한미간 금리차이는 1.25%까지 벌어졌다.
더 나아가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빅스텝 단행 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을 2%로 유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준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1월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압박을 강하게 한다. 연준이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 한미간 금리차이는 1.75%p까지 벌어질 수 있는데, 이는 역대 최대 폭인 1.50%보다 0.25%p 높은 수준이기 때문.
금융권 전문가들도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가 3.75%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은 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0.25%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펴낸 보고서에서 “(1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단절하지 않고 기준금리 상단을 열어둘 전망”이라고 분석했으며, 임재균 KB증권 연구원도 같은날 “최종 기준금리는 3.75%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같은날 보고서를 통해 과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시점의 특징을 감안하면 1월 금퉁위 결과 금리 동결 및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규제에서 완화로 선회한 2008년 6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LTV 비율 완화가 포함돼 있었다”며 “당시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이었고, 전후 5월과 7월 금통위에선 소수의견이 2명씩 개진됐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