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내리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출금리는 최고 8%가 넘어서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는 4% 중반까지 하락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가 연 3.93~4.30%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연 4.79~4.93%에서 상·하단이 각각 0.63%p, 0.86%p 하락했다.
예컨대 3000만원을 1년간 예금했다면 기존 금리 상단 4.93%에서는 147만9000원의 이자를 받게된다. 금리가 하락한 이후 4.30%에 예금했다면 이자는 129만원으로 줄어든다. 예금 금리 하락에 따라 예금자에게 돌아갈 18만9000원이 사라진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4.31%)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4.30%)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4.20%)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3.98%) △농협은행 NH왈츠회전예금II(3.93%) 순으로 금리가 높았다.
예금금리 인하는 당국의 수신금리 경쟁 자제령과 채권 시장 안정이 영향을 미쳤다. 당국은 채권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문제를 막기 위해 예금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이에 따라 수신금리 경쟁이 사라지면서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지난 5일 기준 연 5.15~8.11%다. 지난해 말 7% 후반대에 형성됐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새해들어 8%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무리한 개입이 시장 왜곡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리인상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시장 원리가 당국의 개입으로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은행들의 대출금리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점차 시장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채 발행 재개와 예금금리 인하 등으로 오는 15일 공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픽스가 수신금리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만큼 예금금리가 하락하면 점차 대출금리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반영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