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했던 임종룡과 우리은행 직원들, 6년 만에 달라진 관계

애틋했던 임종룡과 우리은행 직원들, 6년 만에 달라진 관계

임종룡, 민영화 성공 이후 직원들에게 친필 서한 보내
감동한 우리은행 임직원, 서한 보존하고 감사패 전달
6년 후 우리금융 노조, 임 전 위원장 회장 출마에 반발
“스스로 관치라는 것을 입증하는 추악한 시도” 맹비난

기사승인 2023-01-27 07:00:02
2017년 1월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비대면 실명확인 1주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임 전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우리은행 임직원으로부터 감사패를 전달받았다.   금융위

“임종룡 위원장의 사랑과 응원에 감사드린다”
우리은행 임직원이 2017년 1월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전달한 감사패의 내용이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함께 추진하며 애틋함을 보이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우리은행 직원들의 관계가 6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과거 민영화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판단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이날 8명의 회장 후보군을 2~3명으로 압출할 예정이다. 앞서 1차 후보군에는 내부 출신으로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이 포함됐다. 외부 출신으로는 임 전 위원장과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임 전 위원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위원장직을 역임하면서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기관 정리 목적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한 한빛은행·평화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하나로종금 등 5개 금융사를 묶어 2001년 4월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다.

우리금융은 한때 공적자금 투입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정부 소유 은행이었다. 이후 예보가 지분을 점차 줄여나가면서 경영권 매각까지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임 전 위원장은 실패가 반복되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현재의 과점주주 체제를 만들어냈다.  

임 전 위원장은 우리은행의 민영화에 성공한 2017년 12월 직접 친필로 서신을 작성해 우리은행에 전달했다. 서신에는 ‘우리은행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며 ‘지난 16년간 공적자금 투입 은행으로서 무거운 부담을 짊어져야 했지만 이제 우리은행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는 새로운 시장 주체가 됐다. 민영화 성공은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정부는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약속했던 모든 사항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며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은행장 선임 등을 비롯한 우리은행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의 서신은 사내 이메일을 통해 전 직원에게 공유됐고, 이에 감동한 우리은행 직원들은 서신을 우리은행 박물관에 보존했다.

또한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2017년 1월 “위원장의 사랑과 응원에 감사드리며 모두가 한마음이 돼 더 강한 은행으로 거듭나 우리나라 금융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은행이 되겠다”는 내용의 감사패를 깜짝 전달했다.

하지만 임 전 위원장과 우리은행 직원들의 이런 애틋함은 현재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차기 우리금융 회장 선출을 두고 경제관료 출신으로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한 임 전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영향이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이를 관치로 해석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 노조협의회는 “우리금융지주 1대 주주는 우리사주조합으로, 더 이상 정부 소유가 아닌 민간 금융회사”라며 “차기 회장에는 조직 안정화와 시스템 재정비에 역량을 보여줄 내부출신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임 전 위원장은 과거 정부 모피아 출신으로 우리은행 민영화 때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고 당시 우리은행 민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경영’임을 주장했다”면서 “이런 자가 우리금융 수장 자리를 노린다면 스스로 관치라는 것을 입증하는 추악한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6년 전 애틋한 관계는 현재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른 갈등 관계로 전환됐다. 이러한 갈등은 임 전 위원장이 6년 전 형성한 과점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결론을 내놓을 전망이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과점주주들의 뜻을 대변하는 이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추위 또한 이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