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이 무너진다…곳곳서 부실징후 ‘多’

서민금융이 무너진다…곳곳서 부실징후 ‘多’

햇살론 대위변제율 1년 사이 2.7배 증가
새희망홀씨·햇살론 취급규모 감소…중금리대출 문턱↑

기사승인 2023-01-31 06:00:07
쿠키뉴스DB.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됐던 저금리 시대가 저문 뒤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2023년은 명실공히 ‘고금리’ 시대가 됐다. 금리가 크게 변동함에 따라 금융업권의 자산안전성도 요동치는 상황인 가운데 서민금융에서 부실징후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서민금융 상품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햇살론’에서도 부실징후가 보이고 있다. 돈을 빌려간 서민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서 서민자금 공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2금융권 마저도 연체율 상승에 이어 대출문턱을 올리는 상황까지 오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햇살론15’, ‘햇살론17’의 대위변제율은 16.3%로 2021년 1월(6.1%) 대비 약 2.7배나 높아졌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신용자가 원금 상환에 실패했을 때 서금원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2021년 1월 햇살론의 대위변제 건수는 약 2000건, 금액은 138억원 규모에 그쳤지만 지난해 11월에는 약 4000건, 241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용점수별로 살펴보면 600점대 이하 저신용자보다 700점 이상의 중신용자 구간에서 대위변제가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점수 801∼900점 구간의 경우 2021년 1월 1.1%에 불과했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11월 약 14배인 15.2%로 급증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햇살론 취급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상승에 조달금리도 급등하면서 금융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햇살론 조달금리는 11월 3.77%에서 12월에는 5.22%까지 올라갔다. 조달금리는 지속해서 상승하는데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햇살론 금리의 상단은 10.5%로 고정돼 있어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자료=금융위원회

시중은행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도 취급규모가 감소했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공급액이 2조1800억원으로 2021년 공급액인 3조17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희망홀씨는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기금을 통해 연 10.5% 이하 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서민금융상품이다.

민간 부문에서 서민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중금리대출’마저 줄어들고 있다.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사잇돌 대출 제외) 취급액은 총 1조5083억원으로 3분기(3조1516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취급건수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같은기간 19만5548건에서 9만1605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저축은행 뿐만이 아니다. 카드·캐피털사들이 취급하는 중금리대출도 급감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카드·캐피털사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875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2조8661억원) 대비 69%(1조9909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3분기 모두 2~3조원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 들어 급격하게 1조원 밑으로 감소한 셈이다.

이처럼 대출문턱이 올라가면서 갈 곳이 없어진 취약차주들은 불법사금융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사법기관과 피해자로부터 의뢰받은 불법 사채 거래 내역 총 6712건을 분석한 결과 연 환산 평균 금리가 연 414%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중 피해자가 직접 의뢰한 625건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506%라는 무시무시한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에서는 급전 통로가 막힌 저신용자들을 위해 ‘긴급 생계비 대출 프로그램’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예산은 총 1000억원으로, 1인당 100만원을 빌린다고 했을 때 10만명이 이용할 수 있다. 대출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진행하며 오는 3월 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긴급 생계비 대출로 인해 단기간 자금공급이 가능하겠지만 일회성 예산으로 편성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중금리대출을 비롯한 서민금융상품들의 조달금리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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