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금융당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은행의 ‘돈 잔치’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후속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특별대손준비금을 통한 충당금 확대와 함께 성과급에 대한 공시 및 실질적인 제한 규제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은행 고금리로 국민들 고통이 크다.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특별지시를 내린 만큼 금융당국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일단 특별대손준비금을 통해 은행에 충당금을 늘리도록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현재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신설을 위한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대손준비금은 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은행에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한해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순전입액)은 5조1033억원에 달한다. 2021년보다 약 57%(1조8524억원)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지원 조치에 따른 ‘착시 효과’일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특별대손준비금 부과 기준은 위험 상황에서 은행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손실흡수능력으로,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적정선을 마련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은행은 증가한 이익을 바탕으로 손실흡수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결산검사 등을 통해 대손충당금・자본여력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성과급 및 퇴직금과 관련해서는 먼저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수투명성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일정 금액 이상의 보수 또는 성과보수를 받는 임원의 개별 보수총액 및 성과보수총액, 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공시하도록해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수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임직원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지 아니하도록 보수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근거로 보수체계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 정무위원회 역시 적극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무위 소속 황운하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선배‧동료 의원과 함께 은행권 성과급 체계를 종합적으로 정비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의 금리산정 체계와 시장 경쟁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원장은 이와 관련해 “은행의 금리산정・운영이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수신 등 은행업무의 시장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가격으로 은행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은행권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러한 제도개선에 우려가 상당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공공재적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은행이 공공재는 아니다. 엄연히 주주가 있는 일반 주식회사”라며 “제도개선 방향이 주주의 이익과 배치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