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쟁 ‘촉진’ 속도전…‘석 달, 너무 빠른데’

은행 경쟁 ‘촉진’ 속도전…‘석 달, 너무 빠른데’

은행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첫 실무 회의
논의 안건들, 금융 건전성·실현 가능성 우려
6개과제, 한 번 검토에 4월 말, 결론은 6월말

기사승인 2023-03-03 19:47:43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주재하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금융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금융위와 금감원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검토에 들어간 안건들은 그동안 금융 건전성 및 소비자 보호 문제로 논의에 그쳤던 방안들인 만큼 충분한 검토 없이 시행에 들어갈 경우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우려를 딛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실무작업반은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 과제 중 경쟁촉진, 성과급 문제, 금리체계 개선 방안을 대상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은행권 경쟁촉진을 위한 구조개선과 관련해서는 신규은행 추가인가와 은행-비은행권간 경쟁 촉진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신규은행 추가인가는 구체적으로 △스몰라이센스 △소규모특화은행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시중은행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을 두고 검토에 나섰다.

은행-비은행권간 경쟁 촉진을 위해서는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 허용 △증권사의 법인대상 지급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결제 겸영 허용 △은행의 중기대출·서민금융 취급비중 확대 △비은행의 정책자금대출·정책모기지 업무 범위 확대 방안 등이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은행권 성과급 문제는 세이-온-페이(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투표권), 클로백(성과급 환수), 보수위원회 기능강화 등 제도적 개선방안을 중점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아울러 은행별로 성과지표와 성과 측정 방법의 적정성을 은행권과 함께 점검하고, 개선사항을 발굴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실무작업반의 논의 과제들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례로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과 관련한 실무작업반 논의에서는 전환에 나설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 과제의 경우 진입하려는 주체가 있는지 여부 등 실효성 측면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은행권 성과급 문제도 해결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직원의 성과급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금융사를 거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성과지표와 성과 측정 방법의 적정성을 은행권과 함께 점검에 나서겠다는 계획은 이러한 당국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성과급 점검 결과 개선을 지시할 경우 금융사에서는 직원들과 협의를 거쳐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직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후생은 물론 금융업권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개편방안이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6개 과제에 대해 6월말까지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날 “4월말 정도에 6개 과제에 대한 (논의를) 한 번 다 돌 것 같다”며 “이후 핵심 쟁점 포인트를 다시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업 신규 인가, 비은행 지급결제 허용 등 중차대한 문제가 안건 별로 2~3번의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 셈이다.

한 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번 논의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각 협회 별로 입장이 달라 업권을 대표해 충분히 설명하겠지만 몇 번의 회의로 너무 큰 개편이 이루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 경쟁촉진을 위해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강 과장은 “현재 은행 경쟁촉진 관점에서 여러 방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 보는 단계”라며 “여러 안건들을 사전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가급적이면 논의를 충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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