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고연봉 논란…농협도 도마 위

금융지주 회장 고연봉 논란…농협도 도마 위

기사승인 2023-03-09 06:00:12

국내 5대 은행지주 가운데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회장들의 지난해 연봉이 10억원 안팍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돈 잔치’ 문제를 지적한 가운데 최대 18억원에 달하는 연봉은 국민들의 비판적 시각을 불러오고 있다. 그나마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이 타 금융지주 회장 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농민들의 비판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9일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공시한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이 지난해 성과급 9억3000만원을 포함해 18억40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아 연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성과급 7억1000만원을 포함해 15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달 임기가 끝나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9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조 회장의 연봉 9억원은 급여로만 이루어진 것으로 성과급 지급은 없었다. 이는 라임펀드 사태 관련 징계로 내규에 따라 성과급 지급이 유보된 영향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10억원 안팍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은 아직 손 회장의 지난해 연봉을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손 회장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7억7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기간 기본 급여만 반영해도 연봉이 10억원을 넘어간다.

은행권을 향한 ‘돈 잔치’ 비판은 은행지주 회장들의 연봉을 두고도 동일하게 제기된다. 특히 성과급 부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 대통령은 은행들이 과점적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이자 장사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은행 성과급에 대한 개선을 주문했다. 은행지주의 실적 증가 역시 은행 이익을 바탕으로 이뤄진 만큼 지주 회장의 성과급 또한 동일하게 비판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 임원 성과보수에 대한 주주총회 투표권(say on pay), 손실발생시 성과급 환수제도(claw back) 실효화 등 성과보수체계 손질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각 은행지주에서 지난 10년간 수백억원대 횡령과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 각종 금융사고가 터졌음에도 임원 성과급이 재산정된 경우가 한 건도 없던 것으로 드러나 제도개선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고금리 등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이 지속하고 국민의 대출이자 부담 등이 가중하는 상황에서도 은행권은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른 은행지주 보다 회장의 연봉이 낮은 농협금융의 경우 성과급 비판에서 다소 비켜나 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2021년 4억1000만원으로 통상 4~5억원 수준이다. 공익 목적을 두고 출범한 농협의 특성과 지배구조상 농협중앙회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타 금융지주 보다 회장의 연봉이 낮은 수준이다. 농협중앙회장의 연봉 또한 겸직을 포함해 8억원대에 불과하다.

다만 농협이 농민 지원을 위한 특수조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농협금융지주 회장 연봉 역시 비판을 피하지 못 하고 있다. 최근 한 시민단체는 지난 1월 농협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요구하며 농협 임원들이 연봉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익에 비해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이 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도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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