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동유럽 시장 교두보인 러시아 공장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는 러시아 관영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 공장이 실제 매각될 경우 현대차의 동유럽 시장 공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 정책·혁신·통상위원회 위원장 키릴 솔로베이치크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시정부가 카자흐스탄과 현대차 공장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인수 희망기업은 카자흐스탄의 자동차 관련 회사로 이르면 오는 6월 쯤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은 체코 공장과 더불어 동서 유럽을 잇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현대차의 대표 공장이다. 러시아의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해 있으며 2010년 완공됐다. 축구장 265배의 면적에서 연 20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는 한때 220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공장에서는 가동 중단과 함께 현지 인력 중 2200여 명이 유급 휴무 상태였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해말 현지 직원에 대한 감원까지 실시했다.
현대차는 현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3월부터 회사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초래된 부품 공급 중단으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올해가 끝나가지만 지금도 여전히 공급망 복원이나 생산 재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감원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이 매각될 경우 러시아는 물론 동유럽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2021년에만 해도 러시아 지역에서만 23만3804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해당 기간 현대차가 해외에서 판매한 차량이 총 227만대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 시장 비중은 10%를 웃도는 셈이다. 다만 현대차는 매각설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쟁 발발에 따른 공장 가동 문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전쟁 이후 러시아 현지법인의 생산공장 가동과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작년 3월 칼루가에 위치한 TV·모니터 공장 가동을 멈췄고, LG전자는 지난해 8월 루자 지역의 가전 및 TV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