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학교급식 종사자 3명 중 1명이 폐암검진 결과 이상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종사자 가운데 3명은 폐암확진 판정을 받는 등 학교급식시설의 환경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14일 경북교육청과 경북교육노조연석회의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진행된 학교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 3명 중 1명은 폐CT 결과 이상이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경북은 3명이 ‘폐암확진’판정을 받았으며, 725명(25.5%)가 ‘이상소견’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급식실에서 튀김, 볶음, 구이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조리흄’을 흡인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리흄’은 세계보건기구(WTO)가 폐암을 유발시키는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폐암 판정을 받은 3명 중 2명은 수술 후 업무에 복귀했고, 1명은 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722명은 폐암의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판 보릿고개’..고강도 노동과 열악한 근무 환경
학교급식실 노동자의 폐암은 짧은 시간 안에 급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압축적인 고강도 노동이 근복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북교육노조연석회의가 실시한 조사결과 1인당 담당하는 급식인원이 공공기관 대비 2~3배 높다.
게다가 총 조리일수 중 ‘조리흄’에 노출되는 메뉴는 81%에 이른다.
이처럼 급식노동자들이 고강도 노동으로 재해에 노출되고 있지만 대체인력이 부족해 연가나 병가조차도 사용하기에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경북지역의 학교 급식실은 대규모 결원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신학기 급식실 전체 결원은 209명에 이른다. 개학 전 기간제 183명을 채용하는 등 임시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26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학비노조 경북지부 정인학 교육선전국장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더해 ‘현대판 보릿고개’라 불리는 방학 중 비급여 고용 형태와 복리후생비 차별 등의 불평등한 임금체계 및 처우가 급식노동자의 높은 퇴사율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급식실 인력 부족은 노동 강도를 더욱 높여 산재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교육노조연석회의, 근본적 대책 마련 촉구
경북지역 교육기관 5개 노동단체로 구성된 경북교육노조연석회의는 지난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폐암으로 죽고 싶지 않다.”면서 경북교육청에 인력충원 및 처우개선을 포함한 학교급식실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학교급식실 폐암과 산재의 근본적 원인은 짧은 시간안에 급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압축적인 고강도 노동 때문”이라면서 “이 때문에 노동조합은 수년간 급식실 노동강도 완화 및 인력충원, 배치기준 TF팀 구성, 급식실 처우개선 등의 종합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경북교육청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그러면서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확진과 높은 산재 발생은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면서 ▲학교급식 인력충원 및 처우개선 ▲급실식 배치기준 하향 ▲환기시설 개선 ▲쉴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경북교육청, 급식소 현대화사업에 900억원 투입
경북교육청은 이날 급식시설이 열악한 61개교를 대상으로 6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급식소 전면 현대화(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160개교에 대해서는 180억원을 투입해 환기시설 개선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호흡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급식기구를 가스기구에서 전기기구로 전환하고 조리 방식 개선도 적극 독려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근무경력, 나이, 공·사립 구분 없이 지난해 검진 실시자를 제외한 전체 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검진을 확대 실시하고, 이상 소견자에 대해서는 검진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임종식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급식종사자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