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부실채권 비율은 총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비율을 말한다. 부실채권비율 증가는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실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22일 지난해 12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전분기말(0.38%) 대비 0.02%p 상승한 0.4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4분기 말 부실채권은 총 10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4000억원 늘어난 반면 총여신은 8조7000억원 감소한 결과다.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상승은 한 것은 2020년 3월(0.78%) 이후 33개월 만에 처음이다.
부문별 부실채권 비율을 보면 대기업 여신(0.01%p 감소)을 제외한 모든 부문의 부실채권 비율이 올랐다. 특히 중소기업여신(0.04%p 상승) 가운데 중소법인(0.05%p 상승)과 신용카드채권(0.08%p 상승)의 상승폭이 컸다. 지난 3년간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려졌던 ‘코로나 착시’가 끝나고, 고물가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영향으로 보인다.
신규발생 부실채권도 늘어나고 있다. 4분기중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3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신규 발생 부실채권 가운데 기업여신이 2조2000억원을 차지했으며, 가계여신은 7000억원을 보였다. 같은 기간 정리된 부실채권 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은 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부실채권 비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뱅크의 부실채권 비율은 특수은행인 수출입은행을 제외할 경우 0.95%로 20개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0.19%p 상승했다. 토스뱅크(0.53%)와 카카오뱅크(0.36%)도 전분기 대비 0.30%p, 0.07%p 부실채권 비율이 올라갔다.
은행들은 부실채권 증가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부실채권의 2배가 넘은 충당금을 쌓아놓은 상황이다. 지난해말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27.2%로 전분기말 대비 3.3%p 상승했다. 다만 케이뱅크(5.2%p 하락), 카카오뱅크(13.7%p 하락), 토스뱅크(401.5%p 하락)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충당금 적립 비율도 하락해 건전성 관리에 문제를 드러냈다.
금감원은 “그간 감소해온 부실채권 잔액이 증가세로 전환되었고, 지난해 하반기중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여 향후 기업・가계 취약 부문의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자금공급 기능을 원할히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은행에서 발생한 건전성 악화는 농협, 신협, 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호금융권의 지난해말 연체율은 1.52%로 전년보다 0.35%p 상승했다. 부실채권비율도 1.84%로 0.23%p 올랐다. 금감원은 상호금융권에 대해서도 향후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토록 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