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나는 등 기초 체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외화 유동성 등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58곳의 당기순이익은 4조513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3% 감소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5.8%로 전년도 대비 6.7%p 하락했다.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증권사들의 평균 순자본비율은 708.9%로 전년말(744.2%) 대비 35.3%p 하락했다.
58개 증권사 중 46개사가 전년에 비해 실적이 악화됐다.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증권사도 11개로 전년(5개사)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실적 개선에 성공한 곳은 12곳에 불과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부실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증권사가 보유한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20조9000억원(금융연구원 기준)에 달한다. 이중 ‘매입확약’이 19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94.2%를 차지했다.
금융연구원은 “우발채무 중 매입확약 비율이 높다는 것은 증권사가 부동산 PF대출 관련 신용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의미”라면서 “시공사 부실과 미분양 확대, 입주 포기 증가에 따른 신용 사건이 발생하면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확정채무가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화 유동성도 증권사들의 취약 리스크로 꼽힌다. 한은이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실험’을 진행한 결과 극심한 외화유동성 충격이 발생할 경우 비은행금융기관, 특히 증권사에서 유동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나왔다. 외화자금 확보액 대비 유출액 비율을 대략 추정했을 때 증권사는 약 80% 정도로 추정됐다.
증권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감독원은 감독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은 “올해도 미국의 긴축정책 장기화, 러‧우 전쟁 지속 등 글로벌 경제 불안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며 “대내외 잠재리스크 요인이 증권사 수익성 및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하는 한편, 부동산 익스포져 관련 부실이 유동성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증권사 유동성 현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증권사 자본규제 및 유동성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며 “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한 순자본비율 산정 기준을 개선하고, 증권사 유동성리스크 관리체계를 개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