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올해 1분기 꺾일 전망이다. 부담이 높아진 이자에 대출이 줄고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정부의 상생금융 강조로 NIM(순이자마진) 하락이 불가피한 영향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늘어나기 시작한 은행의 이익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8개 상장 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기준)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는 5조86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 5조857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이 1조4000억원으로 은행권 가운데 가장 높고, 뒤이어 신한금융(1조3177억), 하나금융(9293억), 우리금융(8588억), 기업은행(7846억), BNK금융(2482억), JB금융(1588억), DGB금융(1443억) 순서를 보일 전망이다. 하나·우리금융 및 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지주의 순익이 지난해 1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성장을 견인해온 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이들 은행들의 순이자이익은 2021년 12조2150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말 15조4170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14조9810억원으로 줄어들며 성장세가 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이익의 감소 전망은 마진과 대출 성장이 모두 감소 국면에 접어든 영향이다. CD금리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이미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원화대출은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왔던 중소기업 대출 잔고가 꺾이면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한·DGB·BNK금융의 1분기 NIM 하락이 0.1%p 이상될 전망이며, KB와 우리의 대출은 0.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수익성지표인 NIM 하락은 1분기를 넘어 올해 지속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필두로 은행의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모든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 인하, 소상공인 연체원금 상환 및 고금리 제2금융권 대환대출 지원 등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당국은 오는 5~6월 중 대환대출플랫폼에 이어 예금상품 중개서비스 실시를 준비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NIM 하락 폭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분기 NIM이 정점을 지나 1분기부터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2023년 은행 연간 NIM은 전년대비 평균 0.02%p 상승할 것으로 가정해 왔는데 (당국의 상생금융 강조에 따라, 이제는) 0.03~0.04%p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그래도 여전히 국민 부담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하락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국민의 대출 금리 부담은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은행간 경쟁촉진을 통해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는 지난해 8월 4.76%에서 연말 5.6%까지 상승했다.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2월 5.22%까지 떨어졌다. 대출금리가 올해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2021년 7월까지만 해도 2%대에 불과했던 만큼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은행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은행권 TF)’를 꾸려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권 TF는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유도하거나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은행권 경쟁을 촉진시킬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앞으로 대출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으로 기대되고 은행채 금리 등이 하락하고 있어 당분간 대출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상생금융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점도 대출금리 인하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