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20년 무이자 지원...“결국 국민 모두의 부담” 

전세사기 20년 무이자 지원...“결국 국민 모두의 부담” 

20년 이자, 국가 소유 보증기관 부담
보증 재원, 전세대출 대위변제에 묶여
지원자 미확정, 지원 수요 파악 못해

기사승인 2023-06-03 06:00:17
쿠키뉴스DB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20년 무이자 분할상환 지원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20년 무이자 부담을 주택금융공사와 서울보증 등 국가 소유의 보증기관들이 모두 떠 앉고, 다른 보증지원에 사용될 재원이 묶이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특히 주금공의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전세사기 지원 특별법 시행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 금융지원을 위한 협조공문 및 비조치의견서를 금융회사 및 보증사에 발송했다. 금융지원은 기존 전세대출 상환을 위한 20년 무이자 분할상환 지원과 저리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금융규제 완화 적용, 연체정보 등록 유예 등의 방안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20년 무이자 분할상환 지원은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을 위한 방안이다. 기존 전세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전세대출 보증을 받은 주금공이나 서울보증과 약정을 체결하면 20년간 무이자로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주금공과 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은 분할상환약정이 체결되면 자체 재원으로 피해자의 전세대출을 대신 상환해 준다. 이후 피해자가 20년간 대출금을 보증기관에 나눠 갚지만 사실상 보증기관의 보증재원이 20년간 묶이게 된다. 여기에 최대 2년간의 상환 유예기간도 존재한다. 

보증기관은 20년간 받아야할 이자도 모두 포기한다. 5000만원을 20년간 2% 저리로 빌릴 경우 총 이자만 1000만원이 넘어간다. 원금의 5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재 20년 무이자 지원의 예상 지원규모 조차 파악이 안되는 점은 논란을 부채질한다. 특별법에서 지원 대상을 4가지 요건으로 규정했지만 최종 지원 대상자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 만큼 수요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사기 전체 피해 파악도 안되고 있다.

익명의 보증기관 관계자는 “지원이 결정됐지만 아직 지원 수요가 얼마나 될지는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위원회에서 지원대상을 결정하는 만큼 수요를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회적 여론과 피해의 심각성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결정됐지만 그 부담이 국가 소유의 보증기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세금을 통한 직접적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던 상황에서 정부가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금공의 부담이 커질 경우 이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 부분은 여전히 세금지원 논란을 불러온다. 주금공법(51조)을 보면 손실금이 생긴 경우 적립한 금액으로 보존하고 적립금이 부족하면 정부가 보존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 주금공이나 서울보증이 모두 세금으로 설립되거나 인수한 것인 만큼 넓게 보면 이들의 지원도 결국 세금 지원으로 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세금지원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사회적 공감대를 가지고 지원했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지원의 대가는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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