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임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이 방송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이들은 내년 총선 승리 전략과 최고위원 역할 등을 놓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최고위원 보궐선거 본경선에 진출한 천강정·김가람·이종배 후보는 5일 오후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로 생중계되는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했다.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김가람 후보는 내년 총선 승리 전략에 대해 “전국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라며 “이겨야 할 곳에서 확실히 이기고, 접전이 예상되는 곳에서 승률을 높이고, 취약 지역에서 선전해서 전체적 분위기 상승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대표 직속 ‘국민정서공감단’을 출범시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 룰과 기준을 정하는 데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신의 ‘출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 불모지로 꼽히는 광주 출신이다.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호남에서 마쳤을 뿐 아니라 지금도 호남에서 식품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 중이다.
김 후보는 이를 강조하며 “저는 호남의 40대다. 우리 당의 취약한 상징”이라며 “저의 지도부 입성 자체만으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당의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본경선에 진출한 서울시의원 출신 이종배 후보, 치과의사 출신 천강정 후보도 참석했다.
특히 김 후보와 이 후보가 최고위원의 역할을 놓고 충돌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김 후보는 “우리가 야당일 때는 고소·고발하고 싸우는 모습이 중요하겠지만 여당일 때는 오히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며 “성과 없는 고소·고발은 우리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는 “저는 대리운전을 해가며 좌파와 몇 년간 싸웠다”며 “보여주기 식이라는 말은 민주당과 좌파가 저를 공격하는 논리”라고 응수했다.
이들은 청년 문제를 놓고 충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나이가 청년이면 청년을 대변한다’라는 일차원적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며 “김가람 후보는 청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라고 공세를 펼쳤다. 이같은 발언은 김 후보의 ‘청년 정치인’ 이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지난 3·8 전당대회 때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당 청년대변인, 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이에 질세라 김 후보는 “저도 20·30대 당시 누구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고 자부한다”라며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젊다고 청년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응수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오는 9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태영호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의 자진 사퇴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해 치러진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