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찾아가던 'PF', 새마을금고·GS건설에 '말짱 도루묵'

안정 찾아가던 'PF', 새마을금고·GS건설에 '말짱 도루묵'

기사승인 2023-07-13 06:05:01
연합뉴스 제공

금융위원회가 올해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 채권 시장 불안으로 위기를 맡았던 PF 대출 시장은 올해 들어 진정세를 보였지만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와 GS건설 문제로 또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3월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1%로 지난해말 1.19% 보다 0.82% 상승했다. PF 대출이란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장래 현금 흐름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다. 담보가 확실한 일반 대출과 달리 담보 비율이 낮아 대출 금리가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PF 대출은 고금리 대출 상품이지만 부실 가능성이 높아 은행 등 제1금융권 보다는 제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한다. 

PF 대출은 최근 수년간 호황을 맞았으나 부동산 시장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꺾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말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했다. 고금리로 부동산 개발 사업의 사업비용이 늘어나고, 미분양 증가로 자금회수가 불투명해져서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연체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특히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3월말 기준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은 15.88%로 지난해 말보다 5.5%p 급등했다. 뒤이어 저축은행 4.07%, 여신전문 4.2%, 보험 0.66%, 상호금융 0.1% 순으로 연체율이 높았다. 

금융위는 PF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자 이를 올해 최대 리스크로 꼽고 안정화에 집중했다.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이들이 모인 대주단 협약을 재가동해 사업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신규자금 지원 및 이자유예 등 지원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정책자금은 물론 자금력이 풍부한 은행권을 설득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노력과 함께 침체된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5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865가구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1월말 7만5359가구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이에 수도권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점차 시장이 혼란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여전히 불안한 시장에 터진 변수들

정부의 시장 안정 대책과 올해 들어 반등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PF대출 부실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 경기, 공사원가 및 금융비용 안정화 수준이 사업을 정상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2022년 하반기 이후 만기 연장된 브릿지론의 차환 시점이 도래하면서 재차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터진 새마을금고 사태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PF시장의 주요 참여자로 건설 및 부동산업 관련 대출이 올해 1월 말 약 56조4000억원에 달한다. 새마을금고의 각 지역금고들은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을 맞아 경쟁적으로 부동산 대출을 확대했다. 그러나 관련 대출이 급격히 부실화 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예금자 이탈 현상이 발생했다. 새마을금고의 6월말 기준 연체율은 6%대에 진입했으며,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은 12%대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새마을금고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동산대출 축소에 들어갈 경우 PF 대출도 영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단이 있는 만큼 일방적인 자금회수는 어렵겠지만 신규 대출 취급 축소와 함께 기존에 비해 보수적 관점에서 대출 관리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F 대출 시장에서 새마을금고의 역할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GS건설의 검단아파트 재시공 결정도 PF 시장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재시공 원인이 GS건설의 부실시공에 있는 만큼 시공 신뢰도 하락과 향후 정부의 행정제재로 영업에 타격이 예상돼 PF 대출 차환이나 본 PF 전환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GS건설이 당장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PF 우발채무는 1조2839억원으로 추산된다. GS건설이 높은 금리를 제공해 차환에 나설 경우 시장 전반적인 금리가 올라가 중소업체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분양 실적이 저조한 주택 현장들을 다수 보유해 현금 흐름과 재무안정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PF 우발채무 규모가 보유 유동성 및 재무 여력보다 과다하다고 판단되는 회사 중심으로 하반기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지방을 위주로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PF 시장의 악화는 중소형 증권사의 어려움도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은 “(새마을금고 사태로)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에 차질이 생기고 경·공매 등의 회수 조치가 진행된다면 LTV와 공매가/대출잔액 비율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중·후순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는 공동 대주단(증권사, 캐피탈사 등)의 경우 예상보다 비교적 빠른 시점에 손실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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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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