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대다수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인한 평가 손실 리스크가 높아진 점과 해외 상업용부동산 관련 손실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등 불안 요소에 기인한다. 다만 리테일 부문을 강점으로 삼은 증권사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증권)의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585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인 6260억원을 6.6%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시장은 주식거래대금이 올해 상반기 19조4000억원, 8월 초 기준 26조7000억원까지 상승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증가에 힘입어 실적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금리가 안정화될 경우 ECM(주식자본시장), DCM(채권발행시장) 등 전통 IB(투자금융)와 운용 부문의 실적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평가해서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금리 정책 장기화 인식에 따라 채권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수행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8%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30년물 국채금리도 4.9%를 넘겼다.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사태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11일 4.56%로 하락했다. 최근 2주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값은 하락해 수익률에 악영향을 준다. 채권 평가 손실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아울러 증권사들이 보유한 카드채나 기타 금융채 금리 상승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자산대비 채권 비중이 높은 증권사는 한국투자, 미래에셋, 삼성, NH투자 순이다.
3분기 채권평가손익은 국채 금리 상승 대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1·3년 금리는 각각 10bp, 22bp 상승했지만 카드채(3년, AA+)는 37bp, 기타금융채(3년, AA-)는 41bp 상승해 듀레이션 축소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빠지지 않는 해외 상업용부동산 관련 손실 가능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문제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증권사의 해외상업용 부동산 투자 요주의 이하 비율은 23.6%로 타 금융업종에 비해 훨씬 높은 상황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중 요주의 이하 자산 비율이 금융권 내에서 가장 높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며 “요주의 이하 등급은 이미 연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IB 관련 자산형태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부동산PF 기준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기준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총합으로 볼 때도 미래에셋증권이 상대적 노출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요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지배순이익은 1016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32% 밑 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부터 금리 상승이 집중되면서 채권운용 실적은 당초 기대보다 부진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상업용부동산 익스포저와 CJ CGV 전환사채 등 각종 투자자산들의 평가손실이 이번 분기에도 반영됐다”며 “이에 3분기 운용손익은 90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의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키움증권의 3분기 지배순이익이 1700억원으로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확대됐던 점과 차액결제거래(CFD) 이슈 소멸의 영향이다. 다만 운용손익은 금리 반등으로 제한적일 전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높아진 체력에 힘입어 동학개미의 수혜를 누렸던 지난 2021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연간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