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원격검침 설비를 늘리며, 방문 검침 등을 담당한 자회사 인력의 고용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024년 1월 원격검침 통신설비 113만대에 대해 사업자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국내 2250만 가구에 ‘지능형 에너지 검침 시스템(AMI)’ 도입을 마쳐 오는 2025년부터는 원격 검침으로 완전히 전환할 계획이다. AMI는 양방향 통신망을 이용해 전력사용량·시간대별 요금정보 등의 전기사용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한전은 기존 한전MCS라는 자회사에 검침 업무를 맡겨 왔다. 문제는 한전 측이 한전 MCS에 이렇다할 새 대체 위탁사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방문검침 외 업무에 필요한 1987명과 2025년 기준 예상 퇴직자 700여 명을 제외한 약 148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임승규 한전MCS 노조위원장은 “회사에 계속 물어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며 “당장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움직임이 너무 더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한전 앞에서 집회를 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이 약속한 바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2010년 한전이 본격적으로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엔 (한전MCS) 지점별 퇴직자 숫자에 비례해 AMI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한전은 지점별 퇴직자 수를 고려하지 않고 AMI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자동화로 인해 업무가 대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지점별로 다른 퇴직자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AMI를 설치하니 직원들이 이동거리 두 시간이 넘는 타 지점에 가서 업무를 봐주기도 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한전MCS 위탁범위를 단순 검침·송달 업무에서 고객 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현장 중심의 다양한 대체 직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전MCS 자체적으로도 신사업 진출을 위해 신사업개발 전담부서를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도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