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추진하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가 사실상 불발됐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리나우가 제시한 인수 마감 시한은 이달 초로, 기한이 이미 3주 넘게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나우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등 유럽 11개국 170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인 유럽 최대의 택시 호출 플랫폼이다. 유럽 전역에서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이 83%에 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9월 말부터 약 2개월 동안 프리나우 지분 약 80%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중순께 인수를 위한 예비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같은 달 말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는 인수 안건을 정식으로 상정해 검토에 들어갔다. 프리나우가 애초에 제시한 매각가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산정한 인수가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카카오 투심위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고, 인수 계획 원안을 부결했다. 원안 부결을 주도한 인물은 최근 카카오 총괄 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 CA협의체 사업 총괄 겸 카카오벤처스 대표다.
정 대표는 프리나우가 서비스하는 국가 가운데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관광 수요가 높은 일부 국가와 특정 도시만을 대상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부터 카카오 총괄 대표에 오르는 내정자가 인수 계획 원안에 퇴짜를 놓은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투심위의 결정 사항을 바탕으로 이달 초 프리나우에 다시 제안서를 넣었지만, 프리나우는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이후 인수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 본사와 프리나우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인수는 사실상 무산된 것”이라며 “애초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인 TPG에서도 인수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프리나우 인수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창민 카카오모빌리티 CSO(경영전략 담당 부사장)는 인수 무산 여부를 묻는 질문에 “프리나우와의 NDA(비밀유지협약) 때문에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면서 프리나우 인수가 무산되거나 중단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 추진 팀이 해체하지 않고 남아있지만, 확실한 것은 프리나우 인수가 재추진될 가능성은 제로라는 점”이라며 “추진 동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최근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 증권사 시버트에 대한 경영권 인수가 무산된 데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의 프리나우 인수까지 사실상 불발되면서 카카오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잇달아 차질을 빚는 양상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시버트의 지분 51.0%를 두 차례에 걸쳐 약 1039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5월에 지분 19.9%(807만5607주)를 취득하는 1차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지난 10월부터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시버트로부터 2차 거래를 종결하기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지난 20일 시버트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계약 변경 사항을 공시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