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尹, 극적화해에도…“김경율 사퇴해야 끝난다”

한동훈-尹, 극적화해에도…“김경율 사퇴해야 끝난다”

서천 화재 현장 함께 방문… 극적 화해 무드 연출
갈등 기폭제 김경율 거취 주목
한 위원장, 김 비대위원 사퇴에 대해 말 아껴

기사승인 2024-01-25 06:00:14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퇴 요구로 충돌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갈등 기폭제가 된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가 불씨로 남아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하얀 폭설이 내린 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녹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현장에 먼저 도착해 15분가량 시장 어귀에서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윤 대통령도 악수한 뒤 어깨를 ‘툭’ 치며 화해의 제스처를 주고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소방당국으로부터 화재 경위 등을 보고 받고 전소된 현장을 점검했다.

서울에서 각자 내려왔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전용열차를 함께 타고 상경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여당 관계자들에게 “상경할 사람들은 함께 (열차를) 타고 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자리 있습니까”라고 물은 한 위원장은 “같이 가자”는 윤 대통령 답변에 열차에 동승했다. 두 사람은 서울로 올라오는 약 2시간 동안 열차의 같은 칸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측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과,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논란 등으로 정면 충돌했다. 최근 한 위원장은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공개 지지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은 한 위원장에 의해 영입된 인사로, 당 안팎에서는 시스템이 아닌 ‘사천(私薦)’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 역시 자신이 원칙으로 삼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원칙’을 한 위원장이 어겼다는 실망감에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나타냈다.

갈등설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화해 무드’가 형성됐지만, 뇌관은 여전하다.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가 대표적이다. 김 비대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공개 거론하면서,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혁명 당시 처형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포옹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김 비대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도전에 힘을 실으며 사천 논란이 불거진 만큼, 비대위원직 사퇴나 불출마 선언 등 어떤 방식으로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 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기 위해선, 논란 당사자들이 책임 있는 태도를 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절충안으로 김 비대위원 사퇴를 언급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 역시 “당정 간 추가 갈등 없이 진짜 사태가 끝나려면 김 비대위원이 사퇴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김 비대위원이 총선에서 서울 마포을 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후보 등록 이후 사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천 문제나 김 여사 의혹 등 이견이 큰 정치 현안에 말을 아끼며,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급을 피하며 중도층 민심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김 비대위원 사퇴설에 “그런 얘기를 들은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입장 변화가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제 생각을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일축했다. 김 여사의 사과나 입장 표명이 필요하냐고 재차 묻자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우리 정치의 핵심은 결국 민생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해 온 것도 민생을 좋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목표”라며 “대통령께서도 마찬가지”고 했다.

다만 김 비대위원이 사퇴할 경우, ‘한동훈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과거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 비대위원이 어떤 식으로든 물러나게 되면 한 위원장은 오랜 직장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바른말 하고 본인이 위촉한 비대위원을 버리게 되는 거고, 그렇게 되면 한 위원장은 주변의 사람들이 따르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명분 있는 사퇴가 관건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은 민주당 586운동권의 ‘맞수’ 같은 느낌이지 않았나. 한 위원장 입장에서 김 비대위원을 내보낸다는 것은 본인이 추진하려는 정치 개혁에 대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라며 “명분이 중요하다. 설득력 없이 사퇴하면 한 위원장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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