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연봉을 국민들의 중위소득 수준으로 줄이자고 파격 제안했다. 현재의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 넘게 대폭 삭감하자는 것이다.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막 던진다”, “대통령부터 깎는다면 찬성”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한동훈 “의원 세비, 국민 중위소득에 맞추자” 파격 제안
한 위원장은 1일 비대위 회의에서 “고위공직자가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구조지만, 국회의원은 다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고 그리고 단순한 고위공직자가 아니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직역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우리 국민들 중위소득에 해당하는 정도의 액수를 세비로 받는 것이 어떨까”라고 말했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1.7% 오른 1억570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지난달 20일 1300만원가량의 월급이 의원들에게 지급됐다. 국내 직장인 평균연봉보다 3.7배 높다. 국세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국세 통계’에 따르면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의 2022년 세전 평균연봉은 4213만원이었다. 1억원을 초과하는 연봉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의 6.4%뿐이다.
한 위원장이 국회의원 세비 수준으로 제안한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572만9913원이다. 1인 가구 기준은 222만8445원이다. 4인 가구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현 세비 수준에서 56%를 삭감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한 위원장이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앞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당 귀책에 따른 보궐선거 시 무공천 방침 등을 정치개혁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野 “막 던지네”…이준석 “대통령부터 깎는다면 찬성”
한 위원장의 주장을 놓고 일각에서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 위원장 주장에 대해 “막 던지는 것 없는지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며 “이제 한 위원장도 여의도화 되신 거냐”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제안만 하지 말고 구체적 안을 제시해야 여야가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의원들이 전폭 동의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세비 축소 시) 보좌진보다도 월급이 줄어든다”며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전국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이 3454만원 (2022년)인데 그러면 앞으로 세비를 3454만원 수준으로 낮추면, 보좌진의 연봉도 그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런 논의를 ‘싫으면 시집가’ 수준으로 낮추는 건 그냥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반정치 구호 하나 던져놓고 추가적인 논의는 회피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불리한 논쟁을 ‘싫으면 시집가’라는 아리송한 서초동 사투리로 회피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치적 정견의 소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韓 “중위소득 세비로 못 살겠다?…국회의원 하면 안 돼”
한 위원장은 반격에 나섰다. 그는 2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위소득 가지고 못 살겠다 하는 분, 중위소득으로 세비받는 걸 만족하지 못하는 분은 애당초 여기(국회)에 오면 안 되는 분”이라고 일갈했다.
한 위원장은 “(세비 삭감은) 국회의원이 정상적으로 일하는 걸 방해하는 게 전혀 없다”며 “집에 가져가는 돈만 줄이겠다는 것 아니냐. 보좌관 등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바뀌었다. (정치를 하려면) 돈을 뿌려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중위소득을 받는 분들도 얼마든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급여부터 삭감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선 “‘싫으면 시집 가’ 수준의 단순한 이야기”라며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는 말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