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2023년 2월6일(현지시간). 재난은 예고 없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했다. 규모 7.8의 대지진은 5만여 명의 목숨을 집어삼켰다. 수백만 명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한국 정부는 튀르키예 지진 당시 피해 복구를 위해 군 수송기를 동원해 구호 인력 118명을 급파하고, 의약품 제공 등 500만(약 62억8000만원)상당의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1년 전 각종 지원을 제공한 한국에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밝혔다. 무스타파 마사틀르 튀르키예 하타이 주지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안타키야의 재난관리청(AFAD) 지방청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긴급구호대 파견에 대한 언론 질의에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지지와 공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7일 국무회의에서 “튀르키예는 1950년 우리가 공산 침략을 받았을 때 지체없이 대규모 파병을 해서 우리의 자유를 지켜준 형제의 나라”라며 신속한 지원을 주문했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6·25 전쟁) 당시 22개 참전국 가운데 4번째로 많은 2만1212명을 파병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뒤 ‘최우선 수교대상국’으로 튀르키예를 지정, 1957년 외교관계를 맺었다.
윤 대통령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에 한국 군 수송기를 이용한 구조인력 급파, 긴급 의약품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협력해 튀르키예 측이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지원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거센 추위와 함께 이어지는 여진으로 구조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인 만큼, 국제적 재난상황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정부는 총 110여 명 규모의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다. 해외에 보낸 KDRT 중 단일 파견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KDRT는 튀르키예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구조에 나서 2월9일(현지시간) 생존자 5명을 구조해냈다.
대통령실은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 시리아 지역 피해자를 돕기 위해 대국민 모금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포함한 전 직원들이 적극 참여해 3261만원의 성금을 마련해, 대한적십자사로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진으로 고통받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돕기 위해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국제 긴급 대응 기금을 지원하고, 긴급구호품도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진 피해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은 402억원(지난해 12월 기준)이 모였다.
지진 발생 후 한국과 튀르키예 정부가 맺은 협약을 바탕으로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 임시 정착촌도 하타이에 2곳 개소됐다. 하타이는 지진이 강타한 직후 대한민국 KDRT가 파견된 곳으로, 당시 KDRT는 하타이의 안타키야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 후 이스켄데룬에서 모두 8명의 인명을 구조해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 등이 정착촌 사업을 주도했다. 지난해 8월부터 컨테이너 숙소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튀르키예 당국에 별도의 위로서한도 전달했다. 장성민 당시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지난해 2월20~21일 이틀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보내는 윤 대통령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튀르키예를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 장 기획관은 재난 지역을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대신 이브라함칼른튀르키예 대통령 수석자문관을 만나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민은 튀르키예에서 이런 거대한 재난이 일어난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전하고 돕기 위해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로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에르도안 영부인에게 위로서한을 보냈다. 대지진이라는 자연 재난 앞에 튀르키예 형제들과 한국 국민들이 같이 슬퍼하고 있다”고 전하며 “튀르키예의 빠른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현지 한 교민은 현지 분위기에 대해 “튀르키예 국민들이 한국의 도움에 감동하고 감사하고 고마워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너무 감사하고 잊을 수 없다”며 고마움의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튀르키에를 특사자격으로 예방했던 장 기획관은 “지난 1년 반 동안 자유, 평화, 번영의 기조위에 펼친 윤 대통령의 글로벌 중추국가 포괄외교는 국제사회와의 새로운 연대를 구축해낸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국격과 한국외교의 수준을 몇 단계 높이는데 성공했다”며 “국제사회는 윤 대통령의 외교를 국익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할 정도였다. 형제 국가인 튀르키예 대한 윤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혈맹외교 역시 그런 차원에서 빛을 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2월6일 새벽 4시 17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역에 규모 7.8의 강진이 덮쳤다. 곧이어 오후 1시 24분 인근 카흐라만마라슈에 다시 규모 7.5의 여진이 강타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강진 사망자는 5만3537명, 부상자는 10만721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피해 면적은 11개주(州)에 걸쳐 약 12만㎢에 이르고 피해주민은 10만7213명에 달했다. 민가 약 67만6000채와 기타 건물 11만6000채가 무너지거나 파손됐다. 경제적 손실은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후 해외에서 파견된 1만1488명을 포함해 총 3만5250명의 수색구조 인력이 투입됐다. 대한민국 KDRT도 3차례에 걸쳐 현장을 찾아 8명의 생명을 구하고 임시거주촌 조성까지 힘을 보탰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