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설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주목받는 단어가 있다. 바로 ‘설날 밥상 민심’이다. 명절 밥상에 어떠한 음식이 오를 것인지, 시장 물가가 어떤지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명절 밥상에서 어떤 선거 이슈가 올랐는지 정치권이 촉각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번 설 명절에도 다양한 정치 이슈가 명절 밥상에 오를 전망이다. 설날은 여론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시기다. 온 가족이 모이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면서, 여야에 대한 부정적․ 긍정적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모처럼 맞은 명절 연휴를 일가친척 간 ‘정치 설전’으로 인해 망칠까 울상인 이들도 있다. 쿠키뉴스 취재에 응한 2030 청년들은 명절 기간 친지들과 식사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충돌 봉합·갈등 재현 가능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 위원장의 미래 권력 구도, 선거제 개편, 여야의 공천 작업, 제3지대의 ‘빅텐트 조짐’ 등 굵직한 정치 이슈가 이어지면서 의견 충돌이 잦아진 탓이다.
경기도에 사는 전업주부 김민하(31)씨. 다가오는 설 연휴가 영 부담스럽다. 매년 명절마다 벌어지는 ‘밥상머리 정치 설전’ 때문이다. 세대·지역이 다른 만큼 지지하는 정당 등 정치적 견해 차이가 크다. 친지들의 다툼을 목격한 것도 여러 번이다. 이번 설날은 어떻게든 정치 이야기를 피할 생각이다. 김씨는 “다 같이 모일 때마다 시부모님이 정치 이야기 꺼내서 언쟁 벌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자식들이랑 그렇게 할 얘기가 없나. 이번에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대학생 박모(27)씨도 이번 설날에는 큰집에 내려가지 않는다. 박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친척 어른들로부터 ‘국민이라면 정치·경제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는 훈계를 듣기 일쑤”라며 “각자의 생각을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예 내려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싸워서 설날인데도 설날 같지가 않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세대 간 서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젊은 세대들은 명절에 정치 등 민감한 주제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이모씨(30)는 “설날마다 정치 얘기하는 ‘명절 빌런’ 친척들을 피하고 싶다. 온 가족이 모이던 명절 풍경을 달라지게 만든 주범”이라며 “이번엔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싶다. 대화를 통해 절충할 수 없는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