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각 금융사 별 이사회도 구성이 끝나가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건전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면서 금융사들도 이사회 구성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에 여성이 임명되고 그 비중도 늘어나는 등 ‘여풍’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 90인…지주 사외이사 확대·여성임원↑
3일 쿠키뉴스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산하 은행 5곳의 이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개 금융사들의 전체 이사진은 90명(중복 포함)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금융지주의 이사진이 소폭 확대됐다. KB금융(9인)·신한금융(11인)은 인원 변동이 없었지만 우리금융이 8인에서 9인으로 사외이사가 1명 늘어났다. 하나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1명을 포함해 사내이사 2인을 추가로 늘려 총 12인의 이사진을 구성했다. 유일하게 농협금융만이 사외이사를 7인에서 6인으로 1명 줄이며 전체 이사진이 9인으로 감소했다. 다만 농협금융은 이달 중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재편은 당국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선제 적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이사회 규모와 젠더 다양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금감원은 해외에선 10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두는 반면 국내에선 평균 7~9명의 사외이사만 두고 있다며 글로벌 대비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지주 이사진 구성에서 ‘여풍’이 눈에 띌 만큼 구성원들이 확대됐다. KB금융은 IBK기업은행장을 역임한 권선주 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권선주 이사회 의장은 KB금융의 첫 번째 여성 이사회 의장이다. 여기에 지난해 임명된 조화준 KB캐피탈 전 대표와 여정성 교수를 포함하면 3명의 여성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했다.
신한금융은 윤재원 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한금융에서 여성 이사회 의장이 나온 건 지난 2010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에 오른 전성빈 사외이사(서강대 교수) 이후 14년 만이다. 또한 신규 임명된 송성주 고려대 교수와 재임용된 김조설 교수를 포함하면 총 3인의 여성 이사진을 갖췄다.
우리금융은 퇴임하는 송수영 사외이사 대신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규 선임했으며, 하나금융은 기존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에 더해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합류시켰다. 농협금융도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재선임하며 각각 2인의 여성 이사진을 구성했다.
이에 따라 5대 금융지주의 여성이사는 총 12인으로 전체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 49인 중 24%를 차지하게 됐다.
10개 지주·은행 이사회 ‘서울대’ 비중 37%…가장 젊은 이사 연령은 ‘43세’
전체 금융지주와 은행 10곳의 이사진들을 분석하면 흥미로운 통계들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사진들의 출신 대학 37%가 서울대학교라는 점이다. 금융사별로 보면 KB금융과 농협금융이 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하나, 우리금융(4명) △신한금융·신한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3명) △국민은행(2명) △우리은행(1명) 순으로 나타났다.
타 대학교까지 포함한 비율을 보면 서울대(33명)가 37%로 선두를 달린 가운데 △연세대(7명) 8% △고려대(6명) 7% △서강대(6명) 7% △성균관대(5명) 6% △한양대(3명) 3% △부산대(3명) 3% △기타(27명) 30%로 집계됐다.
가장 젊은 이사의 경우 우리금융의 박선영 사외이사로 43세다. 반면 가장 고령의 이사는 농협금융의 이종백 의장으로 75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 금융사의 이사진 평균 연령을 보면 신한금융이 65세로 이사진의 연령이 가장 높았으며 △KB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 신한은행, 농협은행(64세) △하나은행(63세) △우리금융(61세) △국민은행(59세) 순으로 이어졌다. 전체 금융사 이사진 평균 연령대는 63세다.
직군의 경우 전·현직 금융인이 총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이사진 90인 중 약 37.8%가 금융인 출신 이사진인 셈이다. 이어 교수(30명)가 33%를 차지했으며 △법조인(9명) 10% △금융당국 출신(7명) 7.8% △금융사 외 기업인(5명) 5.6% △공무원·농업인 등 기타(5명) 5.6%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5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금감원은 5대 금융지주들이 제출한 ‘지배구조 로드맵’을 점검하고, 이달부터 각 이사회와 면담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한다. 금감원은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정원도 점차 늘리는 방안을 금융지주들에게 요구했는데, 해당 요구사항들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여부가 올해 구성된 이사진들을 통해 처음으로 검사를 받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는 올해 이사진 구성에 대해 큰 변화가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점진적인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가지 견해들이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되어야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그리고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금감원이 모범관행을 마련한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금융지주와 은행들에게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 임원의 증가는 금융회사 내에서 여성 직원들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부분”이라며 “이사회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 인원을 구성하게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추는 것도 좋지만, 무리하게 이를 이행하고자 사외이사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예상컨대 굉장히 완만한 형태로 각 금융사들의 이사진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