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이나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과 비교해 우리나라 과일·채소 가격이 올해 들어 가장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전체 유로 지역, 대만과 한국의 올해 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3.0%로 영국(3.5%)·미국(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3.0%)은 우리나라와 같았다. 이어 캐나다(2.9%)·미국(2.8%)·프랑스(2.8%) 등 순이었다. 일본은 2.6%, 대만은 2.3%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국내 체감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가장 과일과 채소 가격 오름세는 월등한 1위였다.
우리나라 과일류 상승률은 1~3월 월평균 36.9%였다. 2위인 대만(14.7%)과 비교하면 2.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탈리아, 일본, 독일은 각각 11.0%, 9.6%, 7.4%로 집계됐다.
채소류 상승률도 한국이 10.7%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이탈리아(9.3%) 영국(7.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신선 과일·채소류가 단일 품목으로 발표된 미국의 상승률은 올해 월평균 1.3%에 그쳤다.
세계적으로 높은 식품류 물가 상승률은 결국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항목 제외)와 전체 소비자물가 흐름의 괴리로 나타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근원 물가는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끈적끈적(Sticky)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에도 “그동안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물가가 거의 같이 움직였는데, 본격적으로 차별화하고 있다”며 “현재 근원물가 상승률은 둔화하는데, 농산물 가격과 유가가 오르면서 헤드라인 물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 물가 예측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구조나 흐름으로 미뤄 향후 이상기후 등이 길어질수록 우리나라는 물가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사과 등 농산물 물가 관련 질문에 “중앙은행이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 등의 영향이라는 것”이라며 “금리나 재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 등이 심할 때 생산자 보호정책을 계속 수립할 것인지, 아니면 수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국민의 합의점이 어디인지 등을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