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빵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디저트 시장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빵과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가 소비자들 사이 인기를 끌며 ‘효자 상품’으로 뜨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백화점과 편의점 등 유통 업체들이 디저트 맛집을 강조하며 소비자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매장에서는 대한민국 제과명장 7호인 안창현 ‘안스 베이커리’ 매장이 오픈했다. 이날 평일 오후임에도 빵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롯데백화점을 찾은 40대 여성 박 모씨는 “아침 식사를 빵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간편하고 편리해서 좋다”면서 “메뉴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골라가면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오는 16일까지 지하 1층 식품매장에서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 팝업 행사를 진행한다. 팝업은 대한민국 대표 제과 기능장의 브랜드와 제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신세계백화점도 올해 2월 서울 강남점 식품관에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를 열었다. 스위트파크는 개점 이후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140만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식품 부문 매출은 무려 12%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식품관도 올 1분기 베이커리 매출 신장률이 30%를 기록했고,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디저트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8.6% 신장했다.
이는 2030세대의 구매력이 높아진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백화점 측은 젊은 층들이 디저트 소비에 지갑을 열면서 백화점 전체 매출도 크게 늘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신세계백화점을 자주 방문한다는 소비자 이 모씨(여·20대)는 “원래 소금빵을 좋아해 사먹으려고 종종 간다. 줄이 너무 길어서 못먹고 대신 모찌를 사먹었는데도 너무 맛있다”며 “디저트의 신세계란 말이 딱 어울릴 정도”라고 전했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편의점도 앞다퉈 디저트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명 제빵사와 협업한 빵을 내놓거나 자체 브랜드 아이스크림을 선보이는 식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출시한 라라스윗 아이스크림은 지난달 18일 누적 판매량 800만개를 돌파했다. 출시 첫 달인 2022년 5월 대비 무려 76배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 2월 내놓은 저당 콘셉트의 라라스윗 디저트는 출시 두 달여 만에 70만개 이상 판매됐다.
이른바 ‘반갈샷’으로 유명한 CU의 연세우유 생크림빵은 출시 2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기록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디저트에 대한 고객의 수요 다변화와 여러 유통채널의 다양한 상품 출시로 디저트 시장 자체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관련 상품의 판매 추이도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디저트 시장은 기존의 인기 있는 상품군이 강화되는 가운데 신규 상품도 꾸준히 출시돼 매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GS리테일 운영사 GS25가 선보인 프리미엄 빵 ‘브레디크’도 지난 3월 누적 판매 5000만개를 넘어섰다. GS25는 브레디크를 통해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보던 식사 관련 빵부터 커피와 함께 즐기기 좋은 디저트빵까지 운영하며 편의점 빵의 프리미엄화에 앞장서온 만큼 올해도 골든 시리즈를 비롯해 인기 상품 발굴 및 상품 다양화 전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GS25가 디저트 전문점 ‘치키차카초코’와 손잡고 선보인 ‘찰깨크림빵’ 2종도 출시 직후 냉장 디저트류 매출 1, 2위에 올랐다.
이처럼 국내 빵 소비는 향후에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품형 플레인 빵 시장 규모는 내년 8645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8년(6484억원) 대비 33.3% 증가한 수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빵 소비량은 2012년 18.2g에서 2018년 21.3g으로 늘기도 했다. 베이커리 전문점 시장 규모도 매년 4.1% 성장하고 있다.
식사 대용으로 빵 수요가 증가하고 젊은 층들의 빵지순례(빵+성지순례)가 늘어나면서 디저트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생활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디저트 시장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저트의 인기는 2030 젊은 층들의 ‘빵지순례’ 같은 재미있는 취향 소비와도 연결된다”며 “빵이나 디저트를 넘어 취향 소비의 아이템도 다양화되고 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