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먼저 마스크 벗을까…“트윈데믹 우려” vs “발달 부작용”

영유아 먼저 마스크 벗을까…“트윈데믹 우려” vs “발달 부작용”

정기석 “5세 미만 백신 못 맞아…나라에서 ‘벗어라’ 권유 이르다”
학부모들 “마스크 벗기 이르다” vs “마스크 써도 다 걸렸다”

기사승인 2022-09-21 16:11:53
마스크 쓰고 어린이집에서 활동하는 아이들. 사진=임지혜 기자

코로나19 유행세가 진정되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비롯한 각종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마스크가 어린이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면서 영유아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만 2세 미만 영유아는 안전상의 이유로 마스크 의무 착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5세 미만은 코로나19 백신을 못 맞아 유행이 돌면 어린 연령층부터 돌 수밖에 없다”며 “나라가 나서서 먼저 다 벗으라고 권유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 적절하겠나”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확산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면역력이 떨어지는 10~11월 독감과 코로나19의 유행세를 확인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게 정 위원장의 입장이다. 

최근 의료계 일부에선 영유아가 장기간 마스크를 착용하면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마스크를 쓰면 상대의 입모양이 보이지 않고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동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서울·경기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 등 총 145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원장·교사의 74.9%가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 노출 및 발달 기회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학부모도 10명 중 5명(52.7%)이 마스크로 인해 언어 발달 기회가 줄었다고 답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만 5세 미만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지침이 매우 상이하고 우리나라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통해서도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의 교육, 발달에 있어서의 부작용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마스크 의무 착용을 단계적으로 해제할 경우 첫 타자는 영유아여야 하며 좀 더 빠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 공원에서 가족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 사진=곽경근 대기자

영유아 실내 마스크 해제를 두고 부모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서울 구로구에서 4세 자녀를 키우는 이동열(39)씨는 “주변을 보면 (마스크를 썼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밀접하게 단체 활동을 하는 곳에서도 확진자가 그동안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며 “아동 발달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니 마스크 해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경기도 군포시에서 3세 유아를 키우는 김지연(33)씨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감염이 한 번 다 돌았다. (일부 동의한 아동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며 “재확진 가능성도 높지 않고 발달 문제도 있어 마스크를 벗기는게 씌우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맘카페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식당이나 카페 가면 다 마스크부터 벗는데 이제는 쓰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마스크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 “어른들은 카페 식당에서 마스크 벗는데 아이들에게만 가혹한 듯” “코로나 터지고 발달지연인 아이들이 너무 많아졌다” “쓸 사람만 쓰고 증상 있는 사람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영유아의 실내 마스크 의무를 가장 늦게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5세 자녀를 둔 박유리(38)씨는 “마스크를 쓰면서부터 확실히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다”며 “가족 간 감염으로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정말 많이 고생했다. 영유아는 예방접종 대상자도 아니고 불편해도 건강을 생각해 아직은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맘카페에 “식당이나 카페와 같이 음식물 섭취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는 곳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의 경우는 신중해야”라고 했다. 이 외도 “트윈데믹 우려도 나오는데 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 “코로나도 아직인데 걱정스럽다” 등 의견이 나왔다. 

앞서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법적 의무화 이후 영유아 마스크 착용에 대한 부작용 우려는 지속돼 왔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를 적용할 대상과 시기를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모든 실내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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