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문시위꾼 엄단하겠다”

경찰 “전문시위꾼 엄단하겠다”

기사승인 2009-03-09 20:09:01


[쿠키 사회] 경찰이 도심을 누비며 폭력을 일삼는 '전문시위꾼'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때부터 최근까지 매주 집회에 참석해 서울시내에서 시위를 벌여온 200여명이 엄단 대상이다. 주상용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9일 "전문시위꾼이 도시 게릴라가 되는 것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경찰관 카드 무단 사용한 자가 바로 전문시위꾼=용산참사 추모 시위대의 경찰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혜화경찰서는 "정보과 박모 경사를 폭행한 뒤 지갑을 훔쳐 신용카드를 사용한 용의자 박모(52)씨의 신원을 파악해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폭행 현장에 설치된 CCTV 화면과 집회 채증 자료를 토대로 박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피해자인 박 경사도 현장에서 자신을 때린 시위대 일원으로 박씨를 지목했다.

경찰은 박씨를 도심 불법시위에 자주 참가해 폭력을 일삼는 전문시위꾼으로 보고 있다.박씨는 서울 면목동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다 2년여 전 장사가 안되자 문을 닫고 거주지를 떠났다.그는 용산참사 이전부터 서울 청계광장, 서울역 등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여러차례 가담했다.지난 1월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다 연행되는 등 모두 6차례 형사입건된 전력도 있다.다른 연행자는 박씨가 집회현장에서 시위대와 수시로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진술을 했다.경찰은 지난 7일 연행한 불법시위 참가자 8명 중 홍모(43)씨 등 4명에 대해 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문시위꾼의 도시 게릴라전 용납 안해"=주 청장은 주례 간담회에서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시위가 폭력화되고 집회 성격과 관계 없이 시위를 하는 전문시위꾼이 늘고 있다"며 "지금까지 모은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조기에 강력히 대처해 이들이 도시 게릴라화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주 청장은 "전문시위꾼은 경찰 피해가 생기더라도 반드시 검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박씨 처럼 매주 집회에 참석해 서울 신촌, 영등포, 종로의 도로를 기습 점거한 시위대 200여명을 전문시위꾼으로 지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하며 게릴라 시위를 벌이고,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집회 정보를 주고받는다"며 "경찰이 나타나면 도망가는 게 아니라 경찰에 대항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전과가 있는 사람이어서 조기 검거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강희락 신임 경찰청장도 취임사에서 "경찰이 폭행당한 지난 주말 상황은 공권력에 도전하는 법 경시 풍조의 극단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제는 경찰이 맞는 일을 국민도 용납하지 않는 만큼 법 질서를 바로잡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반발=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신용카드 절도 사건과 용산 추모집회를 연결짓는 것은 집회 참가자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 진상규명을 외면하려는 수작"이라고 반발했다. 홍석만 대변인은 "집회에 참가해 의견을 개진하는 특정인들을 지칭해 도시 게릴라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경찰이 용산 문제를 여전히 보수적이고 공안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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