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더페이스샵] 중저가와 명품 이미지 겸비, 해외시장 개척 성공

[강소기업―더페이스샵] 중저가와 명품 이미지 겸비, 해외시장 개척 성공

기사승인 2009-08-02 17:28:00

[쿠키 경제] “국내 화장품 산업의 역사는 50년이나 되는데 왜 다른 업종처럼 글로벌 기업이 없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송기룡(62) 더페이스샵 대표는 화장품 업계로 온 반도체맨이다. 삼성전자에서 미주 법인장까지 지낸 정보기술(IT) 해외영업 전문가로, 2006년 12월 더페이스샵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송 대표는 1일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3.5%에 불과한 국내 시장에만 몰두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페이스샵은 최근 코트라 선정 ‘세계 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강소제품’ 중 하나로 꼽혔다. 중저가 제품이면서도 명품 이미지를 갖춰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는 게 코트라의 평가다. 배용준, 권상우와 같은 한류 스타를 광고 모델로 써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올 초 엔화 강세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거 원정 쇼핑을 왔을 때 특수를 누리던 대표적인 명동 매장도 더페이스샵이었다.

더페이스샵의 성공 요인은 ‘브랜드숍’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는 모델이다. 백화점, 전문점, 방문판매, 인터넷 등 유통채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던 화장품 가격을 전 매장에 균일하게 고정시켰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면서 일정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여기에 남대문 의류 소매상 출신 창업주 정운호 회장의 타고난 수완이 날개가 됐다. 브랜드숍은 미샤가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후발 주자인 더페이스샵이 창립 2년 만인 2005년 말 브랜드숍 1위, 전체 화장품 업계 매출 3위로 올라섰다. 송 대표 취임 1년 만인 2007년에는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초고속 성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뤄냈다. 진입 장벽이 낮은 탓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것. 지금까지는 무수한 업체 중 더페이스샵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여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제 그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는 “저렴한 가격, 다양한 제품군, 자연주의 콘셉트로 요약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구식이 됐다”며 “한 업체의 제품을 다른 곳에서 베껴서 내놓는 ‘미투(me too)’ 상품이 양산되는 상황에 휘말려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송 대표의 목표다. 이를 위해선 최고 품질의 제품을 내놓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고급화시켜야 한다. 송 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킹과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킹은 해외 유수 업체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베스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연구 인력을 많이 두기 어렵기 때문에 세계적인 연구센터와 연계하는 C&D(Connect&Development)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더페이스샵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주요 업체들과 기술 제휴를 맺고 있다.

화장품은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브랜드 이미지에 끌림이 없다면 잘 팔리기 어렵다. 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송 대표는 “미국 PC 업체 HP의 복잡한 기술과 제품을 시인의 감각으로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전문회사 ‘아하!’처럼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내에 스토리텔링 전문업체가 없어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지만 강도 높은 직원 교육을 통해 해법을 모색 중이다.

더페이스샵의 해외 시장 개척도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현재 19개국에 진출해 있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송 대표는 향후 5년 내 해외 매출 비중으로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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