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충북 청주대학교가 포함된 청석학원의 설립자 청암 김원근(1886~1965), 석정 김영근(1888~1976) 형제의 추도식이 노조측의 총파업이 예고된 가운데 8일 이 대학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 추도식에는 후손 뿐 아니라 청주대 김윤배 총장, 학원 소속 직원, 학생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청주대 노조측은 이날부터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노조측은 지난 7일 오후 6시30분부터 12시까지 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조정에서 총파업을 10일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조측은 일단 이날 오전 3시 청암·석정 선생 추도식에 맞춰 현수막 등을 철거하고 추도식 행사가 끝나는 오후 6시부터 다시 부착하기로 했다. 노조측은 오는 18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시간외 수당 지급, 별정·계약직원 처우 개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학원 독단 운영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파업찬반 투표에서 노조원 93%가 파업에 찬성, 이날부터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학교 본관 곳곳에는 ‘노동조합 탄압하는 인사폭력 박살내자’, ‘적립금으로 시설하고 등록금은 구성원 복지로 환원하라’라고 적은 현수막이 걸렸다. 매일 12시, 오후 6시 두차례씩 학교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박용기 청주대 노조 지부장은 “그동안 학교 쪽의 책임있는 목소리를 들으려고 김윤배 총장과 수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청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고, 개선 의지조차 없었다”며 “청암·석정 선생의 추도식이 끝나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다시 현수막을 걸고, 오는 18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뿐아니라 학원 설립의 한 축인 석정계 후손들도 김 총장 등 청암계의 학원 운영을 비판하고 나서자 학원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석정계는 2006년, 2009년 등 수차례 이사회 참여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석정계의 한 후손은 “두 분이 함께 학원을 설립했고, 형제의 후손들이 학원 운영에 고루 참여하도록 정관까지 만들었지만 현 총장 등 청암 할아버지 쪽은 이사회 진입조차 막고 있다”며 “두 어른의 우애와 숭고한 정신 때문에 석정계 3~4명도 추도식에 참석은 하겠지만 버림받은 쪽의 비애감은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독단적으로 학원을 운영하지 말고 균형을 갖자는 것인데 현 학원 세력들이 이사 추천권마저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정도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청주대는 해방 뒤 ‘한수이남 최초의 사학’라는 자부심을 내세우는 지역의 대표 사학이다. 1924년 청암·석정 형제가 대성학원(1991년 두 선생의 호를 따 청석학원으로 개명)을 세운 뒤 1946년 청주대의 전신인 청주상과대학까지 세웠다. 청석학원에는 64년 전통을 자랑하는 청주대를 포함해 대성초·중·고 등 7곳의 학교가 포함돼 있으며, 학생 1만8000여명이 재학하고 있다.
그동안 청암의 수양 아들인 김준철씨가 청석학원 2대, 4대 이사장과 청주대 3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청암의 손자이자 김 전 총장의 아들인 김윤배씨가 2001년부터 청주대 총장 3선 연임에 성공하는 등 사실상 청암계가 이끌고 있다. 청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