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공연] 진화한 ‘지킬앤하이드’…조승우, 세련미와 광기를 보이다

[Ki-Z 공연] 진화한 ‘지킬앤하이드’…조승우, 세련미와 광기를 보이다

기사승인 2010-12-04 12:59:00

[쿠키 문화] ‘명불허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대해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나올 수 있는 말이다. 국내 다수의 배우들이 서고 싶은 무대이기도 하지만, 뮤지컬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보고싶은 무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일, 군제대 후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조지킬’ 조승우를 앞세운 ‘지킬앤하이드’는 이를 명확하게 증명했다.

조승우는 열정적인 가창력과 연기로 관객들을 압도했고,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는 과정에서의 고통과 괴로움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이전 무대와 마찬가지로 조승우는 청년의사 ‘지킬’을 연기할 때는 더없이 준수하고 기품어린 분위기를 풍겼고, 어깨까지 파마 머리를 늘어뜨리고 마성을 드러내는 ‘하이드’의 모습을 보일 때는 더없이 광적이었다.

2004년 초연 당시에는 짜여진 틀 안에서 행동하듯이 순수하면서도 폭발적이었다면, 이날 조승우의 모습은 여유가 넘쳤으며 좀더 세련미가 넘쳤다. ‘This is the moment’이후 다소 능청스럽게 “마약?” 등의 대사를 할 때는 2004년 때와 달리 관객들의 반응 역시 더 크게 나왔다. 조승우의 자연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이드’로의 변신 때의 표정 역시 2004년 당시가 ‘악인’ (惡人)에 더 가까웠다면, 현재는 ‘광인’ (狂人)으로 변해있었다.

‘루시’ 역의 김선영도 베테랑 뮤지컬 배우답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히 연기하며, ‘루시’로서는 마지막 곡인 ‘A new life’를 폭발적으로 소화한 후에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엠마’ 역을 처음 맡으며 ‘지킬앤하이드’ 무대에 선 조정은 역시 그동안의 관록을 보여주듯이 안정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물론 이날 보여준 공연은 여러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주연배우 간에 약간의 어긋남이 보였고, 조승우와 김선영의 컨디션이 조금 안좋았는지 몇몇 부분에서 힘겹게 노래를 꺾는 모습도 보였다. ‘엠마’의 조정은은 가창력에 비교해서는 설득력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지는 못했고, 조승우와의 호흡 역시 아직은 더 맞춰야 될 듯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배우들 개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며,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는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음향이 관객석 전체를 감싸지 못하고, 관객석을 향해 뻗는 듯한 느낌을 주어 노래의 풍부함이 뒤쪽 좌석까지 전달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실제 2층 좌석의 관객들은 배우들의 대사를 일부 알아듣지 못하기도 했다. 좀더 비싸진 티켓의 좋은 좌석을 차지하지 못한 이들의 억울함으로만 돌리기에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불허전’이라 칭할 수 있는 이유는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이제는 ‘지킬앤하이드’가 조승우를 비롯해 몇몇 스타급 배우들에 의해 이끌어져가는 것이 아닌, 주요 배우들과 앙상블에 의해 잘 짜여진 스토리와 명곡들이 관객들을 흡입할 단계까지 왔기 때문이다.

2004년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산만하면서도 집중력 떨어지는 무대 세트와 초라한 조명 아래서도 조승우, 류정한 등 주연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열연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여, ‘명품’ 뮤지컬로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이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그 안의 모든 배우들이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승우가, 류정한이 자리를 비운 무대에 오르는 새로운 지킬과 새로운 배우들 그리고 새로운 앙상블로 만들어지는 ‘지킬앤하이드’가 더 궁금하기도 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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