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국내 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 작품이 국내에 상영되어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국내 관객들의 냉정함은 상상 이상이다. 국내 스타들의 할리우드 입성이라든지, 정복 등의 마케팅적 표현도 문제지만, 국내 영화 시장과 할리우드 영화 시장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보는 것도 더욱 국내 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작에 대해 냉정함을 유지케 한다. 영화 <워리어스 웨이>의 이승무 감독은 이런 국내 관객들과 관계자들의 기대에 고개를 저었다. 미국에서 영화를 줄곧 공부했던 입장과 영화를 직접 만든 입장을 모두 경험한 이 감독은 “정복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일침을 가한다.
“사실 한국 스타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영화들은 의미있는 것이지만, 전체 미국 영화 시장의 파이를 봤을 때는 특정 장르의 영화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가면 스시집, 한국집, 일식집 등이 많지만 맥도날드를 이길 수는 없죠. 비빔밥으로 맥도날드를 시장 크기에서 어떻게 이깁니까. 중요한 것은 맥도날드만 먹던 사람들에게 비빔밥이 맛있는 음식이구나를 인식시키는거죠. 이런 식으로 퀄리티에 대한 저변 확대를 해나가는 것이 맞아요.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 큰 영화라고 해봐야 미국 영화의 홍보비도 안돼요. 그런데 장동건이라는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한다고 해서, 태극기라도 꽂고오나보다라고 기대하는 것은 부담만 줄 뿐이고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장동건 씨를 전혀 모르던 미국인이 10만 명이라도 더 생기고, 이들이 다시 팬이 되어주고, 다른 배우가 미국 진출할 때 기반이 될 수도 있게 만들고요. 또 미국 시장에 안가면 어떻습니까. 하지만 한국 시장보다 더 큰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고, 우리 배우를 소개할 수 있다는 면에서 생각을 할 수 있는거죠. 무슨 정복을 한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워리어스 웨이>도 이런 우려을 안고 출발했고, 그 우려는 사실상 현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영화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직후, 이 감독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다소 당혹스러움과 재미를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폭이 컸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을 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취향이 강한 영화라 호평과 혹평이 나뉠 것이라 생각을 했죠. 관심이 있었던 것은 각각의 퍼센티지가 얼마나 나올 지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폭이 커요. 예를 들어 B에서 D정도로 생각을 했는데, A에서 F까지 나온거죠. 미국하고도 온도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 관객들은 아무래도 장난끼 있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흥행에 대해 감독으로서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제가 국민의 가슴을 움직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던 거니까요. 호평과 혹평보다는 이 영화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만족감을 가지냐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죠”
영화의 시대적, 공간적인 혼합도 관객들이 갖는 인식을 혼동케 한다. 장동건의 모습에서는 한국적인 느낌이 당연히 풍기지만, 장동건을 쫓는 비밀 조직은 보는 순간 일본의 사무라이를 연상케 했다. 여기에 배경은 누가 봐도 미국의 서부다. ‘보안관’이라는 단어는 이를 인증하기까지 한다. 아예 만화적으로, 새롭게 창조하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영화 마지막에 촌스럽게 멜로드라마틱하고 그림도 조악한 싸구려 소설같은 내용이라는 설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찍은 후에 보니 이미 앞에서 그런 스타일이라는 것을 이야기를 했고, 전형적인 리얼리티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엔딩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뺐죠. 하지만 의외로 영화를 본 분들이 정색을 하고 받아들이는 거에요. 같이 웃으면서 보는 싸구려 키치적인 감성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설명되었다고 봤는데, 이게 마치 엉성한 연출처럼 되어버리니까 제가 가졌던 모든 전제가 허물어져버렸어요. 사실 멋있게 만들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데 말이죠”
<워리어스 웨이>가 관심을 받은 첫째 이유는 장동건이 주연 배우로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티> 당시 코믹스럽고 따뜻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던 그가 ‘텅빈 눈빛’의 전사로 돌아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것에 더 무게가 실렸다.
“처음에 시작할 때 한국 배우로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어느 나라 배우든 상관은 없지만, 무술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저희가 표현하고자하는 드라마를 소화해내야 하는 좋은 배우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죠. 마침 그때 장동건 씨와 다른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던 때라. 제의를 했고 흔쾌히 승낙을 했죠. 장동건 씨를 캐스팅하면서 한국시장을 아예 생각안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에는 한국 시장에서 꼭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그냥 미국 시장에서 통하는 배우가 누굴까 고민한거죠. 저는 지금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어려움을 갖고도 이 감독이 도전한 <워리어스 웨이>. 기획 초반부터 ‘왜’ 만들고 싶어 했을까. 단순히 영웅이야기나 화려한 액션을 연출하고 싶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모티프를 얻어 시나리오의 첫 장에 손을 댔는지 궁금했다.
“유학생활하면서 문화가 만나는 접점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동서양의 문화든,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든요. 또 제가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같은 영화를 고민했죠. 제가 영화로 데뷔한다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웨스턴 무협영화들에 동서양이 만나는 부분을 생각했고, 또 클래식한 것에서부터 게임까지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모두 집어넣었죠. 다른 사람도 중요하지만 내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을 먼저 생각했고, 그런 영화를 아무도 안 만들어주니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죽기 전에 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했죠. 시작은 그렇게 했는데, 오랜 시간 하다보니까, 점점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까라는 것을 고민하고 찾아가려 노력을 하게 되더라고요”
첫 작품을 굉장히 화려하게 장식하며 대중들에게 자신을 이름을 알린 이승무 감독. 어쩌면 이 때문에 차기 작품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을 법도 하다. 글로버 프로젝트이자 액션블록버스터로 감독 데뷔를 한 입장에서 차기작의 수위가 어느 정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워리어스 웨이>의 마지막 장면 때문에 사람들은 혹 2편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을 대부분 관객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는데, 시퀸스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닌, 무사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서 자기 삶을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초점을 맞춘 거지, ‘알레스카 편’ 이런 것은 아니에요. 2편은 아직 무리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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