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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걸 그룹 카라의 성숙치 못한 방송 태도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MC 규현은 이날 출연한 구하라에게 “내가 입 열면 구하라 끝난다“며 농담을 했고, 구하라는 분을 못이기고 눈물을 터트렸죠.
이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MC 윤종신은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나댄 내 잘못”이라며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과연 ‘나댄’ 그의 잘못일까요?.
최근 카라는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각종 일본 레귤러 프로그램 등에 출연중이며, 예능 등지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지요. 일본과 한국의 예능 코드는 철저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으며, 카라는 이 차이점에 대해 확실한 전략을 가지고 일본 시장에 진출, 성공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짝짝짝, 박수를 쳐줄 만한 놀라운 성과입니다. 그런데 이런 성과를 가지고 ‘금의환향’한 카라는 확연히 다른 방송 태도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향인 한국인데, 방송 하루만에 ‘찬밥’신세로 전락했네요. 왜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들이 한국에서 활약하던 3년 전과 지금의 한국 예능은 너무나 달라진 것이죠.
기껏해야 니콜이 활약했던 ‘스타 골든벨’정도를 생각하고 왔다면 오산입니다. 그들이 한국에 없던 사이 한국 예능의 풍토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거든요. ‘자학개그’가 판을 치고, 자신의 허물에 대해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며 솔직해지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일진대, 일본 예능에서 ‘공주’에 가까운 포지션으로 떠받들어지던 카라는 이를 몰랐다가 졸지에 맨몸으로 툰드라 설원에 내쫓긴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라는 거죠.
‘라디오스타’는 일찍이 ‘무릎팍 도사’와 비견해 편성시간이 채 20분이 안 되던 ‘굴욕’의 시절부터 줄곧 한 가지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MC들의 ‘깐죽댐’이죠.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 그리고 중간중간 갖가지 사고와 사정으로 바뀌었던 여타 MC들까지, 그들은 일관된 ‘깐죽댐’으로 출연진을 대했고, 그 코드는 지금의 한 시간 짜리 ‘라디오스타’를 만들었습니다.
이 ‘깐죽’코드는 게스트에만 국한되지는 않아요. MC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시 돌아온 김구라는 자신 스스로에게 비아냥대는가 하면, 김국진의 이혼은 이제 하나의 방송 클리셰로 자리잡았습니다.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곧 ‘깐죽’이라는 소리인데요.
과연 카라가 출연 전에 이를 모르고 왔을까요? 몰랐어도 문제고, 알았다면 더욱 그들의 눈물은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일본 방송 풍토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일본에서 성공했다면, 그들이 자리를 비웠던 3년 간의 한국 예능에도 그들은 철저히 대비했어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연예인의 자세입니다. “오빠도 당당하지 못하잖아요!”라고 외친 구하라는 솔직하기라도 했지만, 그 옆에서 “저희도 들은 게 있거든요”라고 외치는 한승연은 마치 ‘폭로전’이라도 하겠다는 듯 보였습니다. 정말로 폭로전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요? 이후 ‘라디오스타’가 방영되는 40분 내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심정을 느낀 것은 비단 기자만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작금의 상황에서 오히려 MC윤종신의 사과는 뜬금없게까지 느껴집니다. MC들은 늘 하던대로,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따른 진행을 했거든요. “나댄 내가 잘못”이라는 그의 말은 여태까지 ‘라디오스타’를 사랑해왔던 시청자들이 오히려 당황할 만한 발언입니다. 앞으로도 ‘숙녀가 못 돼’ 활동이 한참이나 남은 카라. 그들의 이번 활동이 ‘비호감’으로 남을지, 아니면 ‘극복’의 좋은 예로 남을 지는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