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빠르면서도 강했다. 빙판 위의 야수 같았다. 강력한 슬랩 샷에 무게 170g, 지름 7.62㎝의 퍽이 총알처럼 날아갔다. 1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 아이스하키 실업팀 하이원의 외국인선수 마이클 스위프트(26)는 빙판을 누비며 동료들과 훈련하고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실전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지만 그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고 싶어요.” 그는 가슴속에 품은 소망을 꺼냈다.
스위프트는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한·중·일) 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득점왕을 노리는 실력파다. 캐나다 출신으로 지난 2011년 하이원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리그에 데뷔한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리그 최고 공격수로 군림했다. 2011~2012 시즌 36경기에서 90포인트(44골·46어시스트)를 올려 포인트왕, 득점왕, 어시스트왕을 싹쓸이하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지난 시즌엔 40경기에서 97포인트(39골·5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포인트왕, 득점왕, 어시스트왕을 또 휩쓸었다.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9경기에서 14골과 5어시트를 기록, 득점 1위와 포인트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복수 국적자 국제대회 출전 기준(해당 리그에서 2년 이상 활약)을 충족한 스위프트는 우수 인재 특별 귀화에 따른 한국 국적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팀 동료이자 이종사촌 형인 브라이언 영(27·캐나다)과 함께 다음달 복수 국적 대상자 심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둘 다 심사에서 통과해 브락 라던스키(30·캐나다)처럼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3월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파란 눈’의 대표선수가 된 라던스키는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3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A그룹 대회에 출전해 5경기에서 3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의 그룹 잔류에 큰 힘을 보탰다.
라던스키에 이어 스위프트와 영까지 가세한다면 한국 대표팀의 전력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외국인 선수의 추가 귀화를 적극 추진해 내년 4월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2014 IIH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본선 출전권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스위프트에게 왜 한국으로 귀화하려고 하는지 물어 봤다. “한국 대표팀이 평창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돕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어요. 한국에 정이 들어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일본이나 다른 나라엔 가고 싶지 않습니다.”
스위프트는 영의 제안을 받고 한국 무대에 진출했다. 한국 생활 3년째를 맞은 그는 한국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차례 개인교사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간단한 말밖에 못해요.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너무 어려워요.” 한국 문화의 매력에 빠졌다는 스위프트는 쉬는 날이면 영과 함께 박물관과 유적지를 찾곤 한다.
스위프트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 봤다. “한국에선 아이스하키 인기가 높지 않아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하키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아이스하키 인생을 꽃피우고 있는 스위프트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주말에 목동에서 아이스하키 교실을 열어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스위프트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약속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 바로 인천 송도에 있는 국제학교에 강연하러 가야한다”며 “학생들에게 아이스하키 기술을 보여 주고, 또 제가 살아 온 이야기도 해 주려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활짝 웃은 그 입. 윗니가 하나 없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1월 6, 7일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강호 카자흐스탄과 평가전을 치른다. 협회는 스위프트와 영을 초청 선수 자격으로 대표팀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둘이 임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의 카자흐스탄전 10전 전패의 수모를 씻어 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고양=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