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엄태웅 “제가 행복해 보이세요? 글쎄요”

[쿠키 人터뷰] 엄태웅 “제가 행복해 보이세요? 글쎄요”

기사승인 2013-10-19 11:42:01

[인터뷰] 영화 ‘톱스타’(감독 박중훈)에서 배우 엄태웅이 맡은 인물 ‘태식’은 자신의 욕망을 좇아 성장하는 인물이다. 무명에서 톱스타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태식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자라난다. 태식의 욕망을 관조하며 그가 걸어가는 자취를 뒤쫓는 영화에서는 일종의 악의마저 느껴진다. 어디까지 태식이 밑바닥을 드러낼지, 관객은 숨죽여 태식을 지켜보고, 그의 몰락을 기대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말라가는 태식의 끝자락에는 결핍만 남는다. “편안하면 안 되는 캐릭터였어요.” 라고 말하는 엄태웅을 18일 삼청동에서 만났다. 부쩍 살이 내린 모습에 놀라자 “그래도 영화를 끝낸 지금은 좀 살이 많이 올랐다”며 웃는 엄태웅은 태식을 “불쌍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톱스타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안쓰러운 사람입니다. 악역은 없어요.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열심히 잘 해보려다가 일이 안 되는 거죠. 보고 있으면 가슴이 짠해요. 가진 것이 없지만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태식은 자신이 원하던 유명세를 가진 후에는 내내 불안해하고, 힘들어합니다.”

배우 엄태웅이 배우 김태식을 논하는 끝자리에는 진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태식과 별개로 본인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 않으냐”물으니 그렇지만도 않단다. 배우로서도 멋진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고, 가정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깜찍한 딸이 있는 그림 같은 생활에도 사소한 걱정들은 존재한다는 것. 모든 연예인이 영화처럼 욕망만을 위해 살지는 않지만, 태식이나 미나, 원준의 치열함은 누구나 한 자락씩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엄태웅은 말한다.

그렇다면 태식처럼 성공한 자신에게 취해 건방졌던 ‘흑역사’가 엄태웅 본인에게도 있을까. “저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또 모르죠. 제가 어리석게 행동했던 적이 있을지 모릅니다”라던 엄태웅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다. 알고 보니 절친한 사이인 배우 이선균, 박휘순이 장난삼아 구박을 하곤 한다는 것. “많이 컸다” “건방지다”라고 농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자만심을 채찍질한다.

대 선배인 박중훈 감독 앞이어서 더 겸손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엄태웅은 “사실 대본 받은 후에도 부담감이 며칠간 지속됐다”며 배우 출신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속내를 고백했다. 배우로서 굵직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박중훈 감독은 일견 출연 배우들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엄태웅은 “막상 촬영에 들어갔을 때, 모든 부담감이 사라졌다”고 털어놓는다.

“선배로서, 연출자로서도 박중훈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엄태웅은 “촬영 내내 박중훈은 편안한 형으로서, 혹은 같은 배우로서 촬영에 임하는 배우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본인이 모든 것을 겪어 본 만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또한 이해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엄태웅의 말에서 박중훈을 향한 강한 신뢰가 돋보였다.

“태식을 보고 관객 분들이 ‘연예인들이 전부 저렇게 이중적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마울 따름이죠. 그것은 바로 관객들이 내가 의도한 대로 나의 연기를 받아들였다는 뜻이니까요.”

‘톱스타’는 스타의 매니저에서 무명 배우, 톱 스타를 거쳐 몰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 등이 출연했다. 오는 24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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