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인간에게 가장 아늑한 공간 ‘자궁’…암으로 위협받다

[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인간에게 가장 아늑한 공간 ‘자궁’…암으로 위협받다

기사승인 2013-12-23 13:06:01


[쿠키 건강] 사람들은 종종 가장 편안한 장소를 가리켜 ‘어머니의 자궁 속 같다’고 말한다. 작가 이인도 자신의 에세이에서 ‘자궁이라는 완벽한 세계를 그리워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처럼 자궁은 누구에게나 가장 평온하고 안전한 곳이 된다. 여성성과 생명의 숭고함, 아늑함으로 의미되는 자궁에 암이 피어나고 있다. 바로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많다. 우선적으로 기존 암들과 발병 원인부터가 다르다. 음주와 흡연, 잘못된 식습관이 다수 암들의 원인이었다면 자궁경부암은 HPV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HPV는 성관계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은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하지만 똑똑한 인체 면역시스템 덕분에 자연히 소멸된다. 문제는 소멸되지 않는 발암성 HPV다. 발암성 HPV은 자궁경부 상피 내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켜 결과적으로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한다. HPV가 무서운 것은 단연 암 때문만이 아니다.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행복한 부부 생활을 파괴하는 생식기 사마귀의 원인이기도 하다.

자궁경부암의 또 다른 특징은 암 예방백신이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운동과 식이조절이라는 교과서적 암 예방법에 비하면 보다 확실하고 의학적인 예방법이다. 그럼에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이가 많다. 겨우 주사 한 방이 암을 예방한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해서 일수도 있지만 백신접종 거부 현상이 심해진 것은 최근 부작용이 보고 되면서부터다.


지난 6월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신경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우리나라 여성의 백신접종률이 급증하던 시기여서 국내 의료계에 번진 파장이 적지 않았다. 일본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에 대해 식약처는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사례를 검토한 결과 부작용과 백신의 인과관계는 없다”며 “특히 국내에 발생한 14건의 이상 반응은 다른 백신 접종 시에도 나타나는 이상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도 식약처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으며 “전신통증, 떨림, 두통 등 일반적 백신 부작용을 자궁경부암 백신만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문제”라며 “현재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중단할 만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백신 부작용 논란을 잠식시킬 만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진행됐다. 두 국가의 10~17세 소녀 중 자궁경부암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30만 명의 데이터를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는 흥미로웠다. 백신을 접종한 그룹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그룹에게서 신경계 질환 유병률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 결과는 일본서 발생한 신경계 질환은 백신 접종과 무관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유희석 대한부인종양학회장은 “일본의 사례 때문에 접종권고를 철회한 나라는 세계 어느 곳도 없다”며 “이는 HPV 백신 접종을 통한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여성 건강 증진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희석 학회장은 “세계적으로 2분마다 1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때문에 사망하고 치료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 고통이 수반되는데 희귀하고 작은 부작용을 너무 크게 생각해 적극적인 자궁경부암 예방책이 될 수 있는 HPV 백신 접종을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상반응이 보고 되지 않은 백신은 단 한개도 없다. 신생아일 때 필수적으로 맞는 백신은 모두 이상반응을 가지고 있다. 결핵을 예방하기 위한 BCG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등을 예방하는 DTaP 백신은 해마다 100건(2012년 92건, 2013년 98건)에 이르는 이상반응이 보고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이상반응 때문에 국내서 접종이 중단된 적은 한번도 없다. 백신은 득과 실이 존재하는 발명품이다. 접종의 이로움을 상쇄시킬 정도의 영향이 아니라면 접종하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3520명 정도가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되고 하루 평균 3명 이상이 사망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여성들의 HPV 감염사례가 적지 않다. 대한부인종양학회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18~79세 여성 6만 여명을 대상으로 HPV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34%, 10명 중 3명이 HPV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절반 수준이 자궁경부암 등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암성(고위험) HPV에 감염돼 있었다.


또한 18~29세의 HPV 감염률은 49.9%로 가장 높았다. 이는 성관계를 시작하는 젊은 여성이 HPV 감염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HPV는 잦은 성 관계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간혹 콘돔이 감염을 이를 막아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콘돔이 HPV 감염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현재 두 종류의 HPV 백신이 식약청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에서 접종 가능하다. 이 중 4가 HPV 백신 ‘가다실’은 HPV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 질 종양과 6, 11형에 의한 생식기 사마귀 등 다양한 질환의 예방한다. 세계 42개국에서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됐다. 호주와 캐나다의 일부 주에서는 남학생을 대상으로도 국가필수예방접종이 시행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만 9세 이상의 여성은 누구나 접종이 가능하며 가능한 HPV에 노출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다시 말해 성관계 이전에 맞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성관계를 가진 이후라도 감염되지 않는 HPV 유형에 대해 예방효과를 가지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백신을 맞는 것을 권장한다.

6개월 동안 2개월에 한번씩 총 3회 접종하며, 접종가격은 접종기관에 따라 상이하나 평균 1회에 15만~18만원정도다.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접종비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암 중 유일하게 백신이 개발돼 있는 만큼 확실하게 암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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