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이건 뭐 한 잔 마실 수도 없고…” 가장 싱거운 올림픽?

[소치올림픽] “이건 뭐 한 잔 마실 수도 없고…” 가장 싱거운 올림픽?

기사승인 2014-02-13 19:49:00
[쿠키 지구촌] 러시아 소치올림픽 컬링경기장을 찾은 캐나다 관광객 모르건 심스(25)씨는 12일(현지시간) 인근 가게에서 ‘비어(Beer)’라는 간판을 보고 뛸 듯이 기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 맥주 ‘발티카(Baltika)’를 발견해서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알코올 도수별로 종류가 다양한데 도수가 0인 무알코올 발티카만 판매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에서 보드카는커녕 맛있는 맥주조차 맘껏 마시지 못한다고 투덜거리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소치올림픽이 역대 ‘가장 싱거운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경기장 내 주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게다가 소치지역은 지난달 조례를 통해 경기장 인근 50m 내에서도 술을 팔지 못하게 했다. 이번 올림픽 맥주 후원사인 발티카의 ‘무알코올 맥주’만 살 수 있다. 제한적으로 ‘알코올 맥주’도 올림픽파크 내 딱 두 군데 가게에서 팔긴 하는데 금방 동난다. 다만 흑해 연안에 자리 잡은 스케이팅 경기장이 아닌 코카서스산 쪽에 위치한 스키 경기장 등에서는 알코올 맥주를 맘껏 살 수 있다. 갈증 난 관광객들은 하는 수 없이 야외 경기장 등지로 이동해야 한다. 불평을 터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WSJ는 올림픽에서의 주류 판매 금지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주류 판매에 인색한 미국 유타주(州)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때는 평소 판매를 금지한 공공장소에서 술을 팔도록 허용했다. 신문은 러시아 크렘린궁의 지침 때문에 주류 판매가 엄격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 술에 취한 관광객의 난동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는데, 이런 일이 똑같이 벌어져 소치올림픽이 망가져선 안 된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주류 소비를 줄이려는 러시아 정부의 기조도 한몫한다.

술 자제 덕분인지 러시아 관중들의 관전 태도가 유달리 조용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기장에서 자국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유에스에이(USA)”를 외치는 미국 관중은 흔해도 “러시아”를 외치는 관중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아세예브 러시아 과학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러시아인들은 다른 사람을 꺾고 이긴 승리에 대한 기쁨을 드러내는 걸 버릇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술에 취해 흥분하는 것이 기쁨을 표현하는 전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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