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도’(감독 윤종빈)가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을 때, 현장의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에이. 강동원 비중이 뭐 이렇게 커? 주인공은 하정우 아냐?” 생업에 바쁜 나머지 노트북을 두들기느라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이보시오, 당신이 감독이라면 강동원을 데려다 놓고 그 정도 비중을 주지 않겠단 말이오? 그것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오.”
사실 강동원의 얼굴은 보통 말하는 ‘정석 미남’에는 잘 맞지 않는다. 미남으로 꼽는 원빈, 장동건, 고수 등과는 사뭇 다른 얼굴이다. 강동원이 MBC ‘위풍당당 그녀’(2003)로 데뷔해 영화 ‘늑대의 유혹’(2004)으로 상한가를 치며 올라갈 때만 해도 “대체 저 얼굴이 어디가 잘생겼다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지금으로서는 참으로 맹랑하기 그지없으며, 입 밖에 내지 않아 다행이다.
강동원이 ‘형사’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넘을 수 없는 벽 위의 그대’가 된 뒤에도 강동원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 때 함께 영화를 본 친구 A는 기자가 미친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고수가 장가를 가고, 장동건이 고소영과 결혼하고, 원빈이 이나영의 남자가 된 뒤에도 홀로 절벽의 고고한 꽃처럼 남아있는 그가 이렇게 소중해질 줄은, 미처 몰랐다.
‘군도’에서 강동원이 맡은 조윤을 보고 나면 강동원이 아닌 조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윤종빈 감독은 세밀하게 빛을 써서 조윤의 안광을 표현한다. 영화 내내 조윤의 눈이 번뜩이는 곳은 단 한 지점이다. 자신을 원수로 생각하고 달려드는 도치(하정우)를 볼 때도 아니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절벽으로 몰아넣은 추설 집단을 베어 넘길 때도 아니다.
단 한번도 자신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않은 아버지를 볼 때만이 조윤의 눈은 섬뜩하게 빛나고,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진가가 드러난다. 콧날은 날카롭고, 양쪽이 다른 눈매는 칼 같은 예리함이 있다. 앞에서 거론한 원빈, 고수, 장동건이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얼굴이라면 강동원의 얼굴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불러올만한 차가움이 있다. 그리고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진정한 강동원의 매력을.
강동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공공재’라는 별명을 놓고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한민국 여성들의 공공재로 남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이었지만 “나도 사람인데 그럴 수 있겠냐”라는 거다. 그렇다. 우리는 강동원이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나의 남자’는 바라지도 않거니와, 공공재도 본인이 부담스러워하니 강요하지 않겠다.
다만 그가 작품이라도 많이 찍어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영화감독님들에게 요청한다. “이 형 소처럼 일하게 해주세요. 영화의 성령이 임하옵시며, 1년 365일 일만 하게 해주소서. 아멘.”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추신 #1. 많은 이들이 시사회를 본 후 강동원의 미모가 가장 빛나는 신을 절벽 전투 신으로 꼽는다. 그러나 이 땅의 배덕한 처자들이 환호할 지점은 다른 곳이다. 조선시대 ‘애체’로 불렸던 안경을 쓰고 조총으로 사격을 하는 강동원의 모습은 절벽 전투신과도 견줄 만한 서늘함이 있다.
추신 #2. 강동원의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강동원의 양 눈은 많이 다르게 생겼다. 쌍커풀이 진해 사슴 같은 인상을 주는 왼쪽 눈과 좀 더 날카로운 오른쪽 눈이 주는 대비는…. 기사 그만 쓰고 ‘형사’ 블루레이 사러 가겠습니다.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